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성산칼럼] 유전무죄(有電無罪) 무전유죄(無電有罪)-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19-07-10 20:49:11
  •   

  •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는 이러한 추세를 나타내는 단적인 표현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전(錢)은 항상 ‘갑(甲)’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달라진다. 錢(돈 전)을 電(전기 전)으로 바꿔보자. 전기가 있으면(有電) 무죄가 되고, 전기가 없으면(無電) 유죄가 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의 전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미래를 ‘전기의 시대’로 예고하고 있다. 과거 돈을 주고 발전기만 사 오면 끝나던 시절의 전기와 달리,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기 공급은 물론 안정적 유지를 위한 총체적인 제반 기술까지 필요한 시기가 오는 것이다. 즉 이제는 돈(錢)보다 전기(電)가 더 갑인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강 인공지능(strong AI)’ 등 최첨단 기술 기반 시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기의 안정적 공급과 정교한 제어가 절대적이다. 1초 만에 영화를 다운받는 초연결 5G 통신,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온 인공지능 로봇, 도로에 일렬로 충전 중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하늘을 나는 전기차 등 기술 혁신은 전기를 기반으로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도 지능전기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로 인해 효율성이 높아지고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세상이 전기를 기반으로 하여 안정적으로 잘 돌아가고, 그래서 전기가 있으니 무죄일 것이다.

    반면 유전(有電)의 세상에서 전력계통이 붕괴되어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 사태(Blackout), 즉 전기 없는 세상을 잠시 상상해 보자. 과거 미국의 사례부터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전 사태를 보면,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대정전은 재난과 재앙 그 자체다.

    일단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컴퓨터와 함께 스마트폰은 그저 고철·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각 가정에서는 음식 준비는커녕 만들어 놓았던 음식조차 썩어나가고, 해가 지면 온 세상이 어둠 천지가 될 것이다. 아파트와 빌딩은 엘리베이터 없이 다녀야 하고, 한여름의 맹렬한 더위를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내야 할 것이다. 또 공항·지하철·항만 등 국가 기반시설은 마비되고,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의 소중한 정보가 손실되며, 공장은 가동이 중단되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물과 식수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일 것이고, 병원 의료기기의 동작정지로 환자들은 생명을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가 보장될 수 없다.

    이렇게 잠시의 상상만으로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지 명확해진다. 전기가 없는 세상은 바로 무전유죄의 상태가 될 것이며, 혹자는 이러한 상태를 ‘전기사막’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전 대비 없이 전기 생산과 공급에만 몰두했던 사람들과, 그간 전기의 중요성도 모른 채 마구 쓰기만 했던 사람들은 심히 후회하며 죄책감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전기가 없어 모두가 유죄의 상태로 빠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전기를 공기, 습기와 함께 우리 현대인의 삶에서 뺄 수 없는 주요 3대 기(氣)로 간주할 수 있다.

    창원을 포함한 경남에서 경제 살리기가 한창이다. 구상 중인 산업 및 기업 활성화 정책이 잘 안착하고 수립 중인 모든 기술지원 방안이 잘 연계되기 위해서는 안정적 전기 공급과 정교한 전기 제어가 절대적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더구나 ‘기해왜란(己亥倭亂)’의 대일 무역분쟁이 일어난 지금, 안정적 생산설비의 가동을 위해 전력 공급에 대한 전반적 점검이 꼭 필요하다. 또 다른 무전유죄의 상태로 빠져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