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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24) 제24화 마법의 돌 124

‘이 여자는 애교가 많은 여자구나’

  • 기사입력 : 2019-07-11 07: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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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장난스럽게 말을 하는 미월 때문에 웃었다.

    “진짜 연애가 뭐야?”

    “연애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함께 음식을 먹고… 함께 이야기하는 거죠. 좋으면 키스도 하고요.”

    “키스?”

    “키스 몰라요? 요즘은 누구나 다 아는데.”

    “모르지 않지. 여자가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지.”

    “여자는 욕망이 없는 줄 아세요?”

    비가 오고 밤이 깊은 탓이었다. 거리에는 인적이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길에는 빗줄기가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재영과 미월에게도 빗줄기가 사정없이 들이쳤다. 이재영의 바지와 미월의 치마가 비에 흠뻑 젖었다. 우산을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빗줄기 때문에 남의 집 처마 밑에서 걸음을 멈췄다. 모처럼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재영은 처마 밑에서 한참 동안 비가 오는 것을 내다보았다.

    “키스해 줘요.”

    미월이 벽에 등을 기대고 말했다.

    ‘이 여자는 애교가 많은 여자구나.’

    이재영은 미월을 안고 키스를 했다.

    “아이 좋아.”

    미월이 배시시 웃었다. 여자가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남의 집 처마 밑에 서 있을 수 없었다. 이재영은 미월과 함께 뛰면서 걸으면서 마침내 그녀의 집에 이르렀다.

    미월의 집은 작은 기와집이었으나 방에는 침대까지 있었다.

    “흠뻑 젖었죠? 갈아입을 거 드릴게요.”

    미월이 이재영에게 수건을 건네주었다. 이재영은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닦았다. 미월이 파자마 바지를 가지고 왔다.

    “뭐야? 여자 거잖아?”

    이재영이 얼굴을 찡그렸다. 분홍색 잠옷이었다.

    “그럼 여자가 사는 집에 남자 옷이 있겠어요? 고무줄이 있어서 입을 수 있을 거예요.”

    이재영은 어쩔 수 없이 여자 파자마를 입었다.

    ‘내가 여자 옷을 입다니.’

    이재영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미월은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술상을 차렸다. 마른 오징어를 굽고 양주를 꺼내 왔다.

    “한 잔 더 해도 되죠?”

    미월이 환하게 웃었다. 비를 맞은 미월의 얼굴이 싱그러웠다. 머리도 수건으로 닦기는 했으나 비에 젖어 있었다.

    “독한 술이네.”

    술은 위스키였다.

    “귀한 술이에요.”

    미월이 두 개의 잔에 술을 따랐다. 이재영은 미월과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을 마셨다. 술이 목으로 넘어가자 뱃속이 찌르르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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