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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만약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인상되었다면- 박갑제(경남대 경제금융학과 학과장)

  • 기사입력 : 2019-07-16 20: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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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하였다. 올해 대비 2.9%인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2020년 1만원’이었기 때문에 청와대는 김상조 정책실장을 통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내년에 임금이 1만원이 되려면 19.7%가 인상되어야 했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국민들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지켜보면서 다소 안도감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정책당국의 말대로, 현재의 고용 상황과 시장 수용성에 비추어 볼 때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은 고용시장의 붕괴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측에서는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이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한 사실상의 삭감이라면서 ‘최저임금 참사’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현재 노동시장에 편입되어 있는 내부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의 입장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불만이 많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조도 현재의 고용 상황과 시장 수용성을 무겁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최저임금이 생산성에 비추어 과도하게 인상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그 예측은 어렵지 않다.

    첫째, 임금이 상승하면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경제작동의 기본원리이다. 물론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변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는 우리들의 원망과는 무관하게 경제의 생산 능력, 즉 생산성에 의해 작동한다.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에는 생산성과 비용구조에서 천차만별인 다양한 기업들이 있다. 어떤 기업은 생산성이 높아서 임금 인상에도 이윤이 줄어들지언정 고용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가까스로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도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즉, 시장경제는 항상 현재 적용되고 있는 임금수준에서 겨우 생존하고 있는 일종의 ‘한계기업’들의 존재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 해당 한계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엄연한 시장의 현실이다. 과도한 임금 인상으로 기업 경영이 힘들어 폐업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둘째, 과도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에 편입되어 있지 못하는 외부노동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노동자의 양산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외부노동자들은 사실 현재의 임금수준에서도 노동하고자 하는 절박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임금이 과도하게 상승한다면 이들의 고용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이들의 삶은 절벽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럼 실업상태의 외부노동자의 존재는 현재 고용되어 있는 내부노동자의 삶과 고용과는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실업자는 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문제없던 기업들도 매출이 줄어들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것은 내부노동자들에게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은 최근 2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던 최저임금이 우리의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1만원은 몇 년 내에 실현될 것이다. 노동자와 기업 경영진이 힘을 합쳐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면 그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한다. 시장을 너무 매몰차게 내몰면 안 된다. 그러면 시장은 붕괴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 모두 패배자가 될 뿐이다.

    박갑제(경남대 경제금융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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