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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정치는 타협과 절충의 미학- 정오복(사천·고성본부장 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7-18 20: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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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현 고성군수 특유의 정면 돌파 전략이 군의회서 제동이 걸렸다. 전국 처음으로 시행하려는 청소년 수당의 근거가 되는 ‘청소년 꿈키움 바우처 지원 조례안’이 지난 16일 총무위원회서 부결됐다. 군의원들은 낮은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자체 예산으로 매년 20억원 넘는 재정 부담을 감당하는 것은 무리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인구와 세수 감소가 불 보듯 뻔한데, 이런 식이면 자칫 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보편적 현금복지는 ‘퍼주기’란 부정적 인식과 백 군수의 ‘포퓰리즘’이란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 군수는 바우처 카드라는 현금과 동일한 포인트를 지역 청소년에게 지원해 청소년의 기본적 권리와 보편적 복지를 증진시키겠다며, 올해 초부터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군의회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복지부와의 협의 문제로 5개월 정도 우회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의원들의 인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같이 바우처 지원 조례 부결은 충분히 예상된 만큼 백 군수의 대처가 너무 안일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지난 6월 19일 군의회 월례회 때 이미 냉담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반대 기류에는 ‘의회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반감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의회와 협의도 하기 전 언론에 먼저 공표하고, 밀어붙이는 식의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또한 조례가 제정될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인데, 같은 회기에 바우처 예산을 처리토록 하는 일방통행 식에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오기도 엿보였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군의원들에게 원점에서 재협의하길 촉구한다. 지자체들의 경쟁적인 복지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 복지의 현주소는 아직도 꼴찌 수준이기 때문이다. OECD 사회지출 자료(2018)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지출은 11.1%였다. 2017년 10.6%에 비해 0.5%포인트 증가했지만, OECD 평균 20.1%의 절반에 불과하다. 멕시코(7.5%), 칠레(10.9%)에 이어 세 번째 낮은 국가라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

    여하튼 완충기간이 마련됐다. 백 군수는 18일 오후 긴급 회견을 갖고 오는 10월 시행 계획이었던 꿈키움 바우처 사업에 대해 연내 불가를 인정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 다음 회기에 조례안을 상정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꿈키움 바우처는 단순한 지원 사업이 아닌 청소년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첫 번째 정책 사업이며, 아동·청소년 친화도시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는 견제와 경쟁이 없으면 후퇴한다는 격언을 얘기하고 싶다. 또 정치는 타협과 절충의 미학이란 말도 덧붙이고 싶다.

    정오복(사천·고성본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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