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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시민은 뉴스를 냉소하고 싶지 않다- 장성진(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9-07-22 20: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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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국이 급격하게 변하고 불안 요소가 증가할 때일수록 시민들은 언론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을 중시하고 언론인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런 수동성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언론을 외면하고 언론인을 불신하기도 한다. 뻔한 내용에 식상해지는 때이다. 지금 그 경계선이 점점 뚜렷해진다. 이 경계선을 한 번 넘으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불거진 가장 큰 쟁점은 일본과의 관계이다. 여기서 두루뭉수리하게 관계라고 말한 이유는 경제와 정치에서부터 외교와 문화에까지 온갖 영역이 뒤엉겨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엉긴 게 아니라 양쪽이 서로 복잡하게 얽어가고 있다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 복잡하다는 것은 보통 속내와 말이 다르다는 뜻이다. 속내와 명확한 정보를 숨긴 채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거친 말은 정돈되지 않은 생각에서 나온다. 정치인들이 앞에 나서기도 하고 뒤에서 누군가의 등을 밀기도 한다.

    그런데 왜 언론을 탓하는가? 그것은 우리 대부분이 시민이자 이 갈등에 최종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영향이란 대개 피해이다. 끝내 우리가 이긴다거나 진다는 말에 일희일비한다면 그건 둘 다 착각이다. 설사 상대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그로 인해 나의 피해가 상쇄되지는 않는다. 이런 시민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언론이다. 시민 개개인이 정치가나 과학자나 경영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정치인들도 언론을 통해서 발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언론이란 진실을 전달하고 풀이해 주겠다는 묵계를 한 기구이다.

    물론 언론기관과 언론인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는 요구는 아니다. 정치가 또는 그 주변을 서성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보도하면서 충실한 전달자 역할을 했다는 입지 설정을 해도 좋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독자 또는 시청자인 시민과의 묵계에 근거한 책임을 다해 달라는 것이다. 언론이라는 단어의 기본 의미 그대로 사실을 말하고 비판적으로 밝혀 달라고 단순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가령 이번에 불거진 산업 소재의 경우 개발의 가능성은 과학자, 쓰임새의 문제는 기술자, 손익의 문제는 경영인, 국제 관계는 외교관, 국민을 향한 메시지는 정치가에게 들을 수 있게 취재하고 편집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는 배제된 채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자극적 용어를 동원하여 벌이는 용렬한 정쟁을 부추기지 말라는 뜻이다. 선량한 시민들은 이미 충분히 식상해 있다.

    언론기관의 범람 속에 독자와 시청자들도 균형감각을 상당히 버렸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사회관계망 속의 개인방송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부족민적 결속을 다지게 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를 부추기거나 탓할 수는 없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이는 엄연한 제도이자 흡입력 강한 소통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자료를 손쉽게 받아들이고 가공해 내보내는 주류 언론의 안이한 태도이다.

    이달 18일은 105년 전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날이다. 이 신문에 당대 최고의 지사와 문사들이 참여하여 정론을 펼쳤다. 일제 통감부의 공작으로 감금과 투옥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지켜낸 정신적 자산이자, 엄혹한 시기에 언론이 얼마나 치열하게 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실체이다. 엄정한 사실 보도, 지도층의 안일과 탐욕에 대한 준열한 비판과 권유, 백성을 향한 간곡한 호소는 혹독한 탄압과 관제언론의 요설을 견뎌낸 품격이었다.

    이러한 언론 역사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우리는 더 이상 냉소하고 싶지 않은 뉴스를 원한다.

    장성진(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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