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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시집(詩集)을 대하는 태도- 김승(시인)

  • 기사입력 : 2019-07-24 20: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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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지난주 김해 모 이비인후과의원에서 구매한 필자의 시집 200권을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사인해서 드리는, 일명 팬 사인회를 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내원하는 환자의 수는 약 150명 내외일 것 같다고 짐작한다. 왜냐하면 첫날 나간 시집의 수가 백 권 정도였기 때문이다. 즉 세 명 중 한 명은 병원에서 무료로 서비스하는 시집을 거부하였기에 나온 추론이다.

    처음엔 병원에서 무료로 시집을 배부한다고 하면 필자가 앉아 있는 책상에 와서 책에 사인해 달라고 할 줄 알았다. 그건 순진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간호사들이 책을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도 필자 쪽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 책상 쪽으로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내원 환자가 들어와 접수를 마치면 내가 다가가 미리 해둔 사인 집을 내밀며 병원에서 무료로 배부하는 건데 한 권 가져가시렵니까? 라며 일일이 다가가서 물었다.

    시집을 나누어 주면서 몇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로 나이와 별 상관없이,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책이 필요 없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둘째는 나이 든 여성보다 젊은 여성들이 책을 받기를 거부했다. 이 부분이 필자로서는 매우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는데, 추측컨대 할머니들은 손자, 손녀들 줄 생각으로 받아 가는 분들이 있었을 것 같다. 젊은 여성들이 당당하게 자신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할 때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세 번째는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여성들 상당수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거부하면서 자식은 병원에 있는 어린이 도서 전시대에 앉히며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네 번째가 적극적으로 책상으로 와서 본인의 이름을 명기하여 사인해 달라고 요청하며,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는 분들이었다. 이분들은 10%가 안 됐었다. 이틀간 시집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시민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재미없는 시집이어서 안 받았거니 자위해 본다. 촉석루를 읽는 독자들이여, 이제라도 책을 펴서 희망을 캐고 삶의 금맥을 캐자.

    김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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