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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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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는 일 - 김시탁

  • 기사입력 : 2019-07-25 08: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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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손이 빈손을 슬며시 잡아보는 일

    맨손이 맨손에게 가만히 잡혀보는 일

    참 민망하게 아름다울 일이다

    빈손이 맨손에 포개져서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이어지는 체온이

    참 살갑게 가슴을 데울 일이다

    쥐고 있는 것들 내려놓고 손을 잡아보면

    손바닥을 비벼보면 내려놓아도 넉넉해져서

    마음이 덥석덥석 손잡게 된다

    가진 손이 없는 손을 어루만지고

    젖은 손이 거친 손을 서로 포개면

    각진 마음도 세상 모퉁이도 둥글게 된다

    서로 눈길을 주며 손을 잡자

    미안하다 힘내라 사랑한다고

    불끈 힘을 주며 손을 잡아보자

    손을 잡는 일은 밝고 따뜻하고 거룩해서

    사람 사이로 길을 내는 일이다

    살맛나는 세상의 창을 닦는 일이다

    ☞ 요즘 돌아가고 있는 나라 안팎 경제의 팍팍함을 매스컴을 통해 보고 듣는 서민(庶民)들은 국가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 국민상생(國民相生)을 위해 잘 헤쳐 나가주리라는 한 올 기대감으로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는 입장들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과 민생(民生)들을 간혹 만나 현실경제 사정(어딘들 마찬가지겠지만)을 들어보면 모두가 당장 어려움에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이다.

    90년대 후반 겪은 IMF 외환위기까지도 상상케 되는 이러한 시기에 비록 몸은 오그라들어 가지만,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물씬 피어나는 김시탁 시인의 시 ‘손을 잡는 일’을 다시 읽는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층과 사회지도층 그리고 부(富)를 움켜쥔 자들이 민의(民意)를 위해 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모두가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빈손이 빈손을 잡고’, ‘가진 손이 없는 손을 어루만지고’, 서로 ‘미안하다 힘내라 사랑한다’고 격려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룩한 길을 냈으면 하는 위안의 시를. /강신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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