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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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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50대의 기개- 전강준(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9-07-25 20: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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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아시아의 물개로 통했던 조오련 하면 50세 넘은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는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또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다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연 ‘아시아의 물개’라는 별명이 붙었고, 아시아에서 헤엄으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됐다. 그는 약 10년간 선수생활 중 50개의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민적 영웅으로 탄생한다.

    ▼특별하게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가 모든 이의 뇌리 속에 남은 것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대한해협을 헤엄으로 건너는 등 사나이의 기개를 마음껏 펼쳤다는 데 있다. 28세 때 대한해협을 건넜고, 48세 때에는 다시 대한해협을 건너는 건재함을 드러낸다. 울릉도와 독도 간 93㎞를 헤엄쳐 건너간 나이는 53세였고, 독도 33바퀴를 헤엄쳐 돈 것은 56세 때였다. 헤엄으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뜻을 기렸다.

    ▼50을 넘은 나이인데도 참 대단하다. 그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도내에도 늘그막까지 씨름의 샅바 끈을 놓지 않은 이가 있어 눈길이다. 지난 21일 고성에서 열린 대통령배 경남 씨름왕 선발대회 장년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남경찰청 소속 권재훈 경위이다. 55세다. 1989년 취미로 씨름을 시작한 후 10여 년간 전국 아마추어 씨름판을 거의 휩쓸어 왔다. 먼저 세상을 떠난 권 경위의 형과 모래판 결승서 맞붙어 형제 간의 결투로 언론에 장식한 적도 있다.

    ▼권 경위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 전국대회 1·2등을 거머쥔 것이 하루아침에 된 일은 아니다. 꾸준히 도전하면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예전 본지 인터뷰를 통해 말한 적 있다. 50 넘은 나이에 못 할 것 없는 인생의 단면을 보여줬다. 조오련이 거친 물살을 헤엄쳐 목표물로 나아갔듯, 권 경위도 인생의 샅바를 굳게 움켜쥐었는지 모를 일이다. 도전정신에 물든 이들의 기개가 돋보인다.

    전강준(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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