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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태우지 마요, 속 태울일 없어요… '버거씨병' 증상과 예방법

20~40대 흡연하는 남성, 혈관에 염증 생겨 발병
발가락·발등 색깔이 푸르거나 검붉어지면 의심
발·손가락 괴사로 이어져 심한 경우 절단하기도

  • 기사입력 : 2019-07-28 2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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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를 많이 피우는 젊은 남자가 어느 날부터 좀 걷다 보면 장딴지가 아프다거나 발톱을 깎다가 생긴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면 혈관에 문제가 없는지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름도 생소한 ‘버거씨’병이다. ‘~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버거라는 의사가 병의 원인이 혈관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 지금은 그 혈관의 문제가 흡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흡연자 중에서 버거씨병을 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은 흡연의 해악 중 버거씨병이 최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폐암, 심근경색, 뇌졸중 등 버거씨병처럼 생소하지도 않고 훨씬 더 무서운 질병들의 원인이 담배연기 속에 들어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버거씨병과 무관하게 흡연은 본질적으로 혈관에 독이다.

    버거씨병은 주로 20~40대의 젊은 남성에게 생긴다.(경우에 따라서는 50세까지도 진단기준 안에 둔다) 물론 여성도 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냥 젊은 사람이 아니라 흡연을 하는 젊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50대라고 해서 버거씨병이 안 걸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0대부터 약한 증상이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상은 주로 통증이다. 발(손)가락이나 발(손), 때로는 장딴지 통증이 흔하며,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고 통증은 극심해진다. 한두 개의 발가락이나 발등의 색깔이 푸르거나 검붉어지기도 한다. 버거씨병은 주로 작은 혈관들에 병을 일으킨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혈관이 작은 발가락이나 손가락의 괴사가 흔하다.

    버거씨 병의 진단과 치료는 쉽지 않다.

    요즘은 온라인상의 정보를 자신의 증상과 견줘 스스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버거씨병을 몇 가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유사한 질병들이 너무 많다. 그렇더라도 그런 온라인상의 정보가 자신의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병원을 방문해서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버거씨병은 특별한 검사 결과에 따른 진단이 아니라 임상적 진단(의사의 종합적인 판단에 의한 진단)에 의해 밝혀진다. 즉, 버거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요소들에서 추정하고 유사한 혈관질환들을 배제하여 진단을 내린다. 흡연은 진단 과정에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비교적 젊은 나이라면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필요하다면 여러 검사를 해볼 수 있지만 검사 결과는 이런 추정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일 뿐이다.

    치료 또한 간단하지 않다. 이유는 한번 병든 혈관이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움 되는 것은 금연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던가. 담배가 가지고 온 병은 담배를 끊음으로서 멀리할 수 있다. 그래서 버거씨병에 대해 의사들이 대처하는 방법은 ‘어떻게 버거씨병을 치료하느냐’보다 ‘어떻게 담배를 끊게 하느냐’이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상처 치료나 약 처방 등에 비해 금연의 역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연이 더 이상 도움을 주지 못할 정도로 혈관이 막혀 더 이상 조직이 재생되지 않을 때는 사지 일부의 절단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질병이 주로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한 시기의 젊은 남자들에게 발생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절단이 가져오는 장애 그리고 절단 전후의 극심한 통증이 가져올 결과들이 결코 작지는 않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악화된 경우 금연해봐야 소용없다고 계속해서 흡연을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 몸에는 아직 많은 혈관이 있다. 따라서 막힐 혈관도 많다. 다시 말해 아직 남아 있는 건강한 혈관들이라도 버거씨병으로부터 그리고 흡연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버거씨병과 무관한 상대적으로 큰 혈관들이나 심장이나 뇌혈관들도 흡연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또한 이런 혈관들의 문제는 더 큰 질병을 가져오고 생명과도 직결된다.

    문제는 상상력의 부재다. 흡연이 가져올 상황에 대한 상상력의 부족.

    담배의 해악이 수십 가지의 질병으로 나타나지만 한 개비의 담배로는 그중 어느 하나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안심하고 하나의 담배를 물 수 있는 것이다. 금연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지 없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금연은 분명 의지의 문제다. 그리고 의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커다란 질병이 아니라 단지 손에 든 한 개비의 담배다. 금단을 해소해 줄 뿐 지금 당장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한 개의 담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한 개의 담배에서 심각한 질병을 상상해야 한다.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가 내 삶을 피워버리는 경우를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아주 ‘젊은’ 삶을 태워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흉부외과 김대현 과장 김대현 창원파티마병원 흉부외과 과장

    담배의 유일한 이점은 우리에게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다.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때가 대부분 그렇듯 우리가 이미 건강을 잃어버렸을 때다. 이제 우리에겐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자유가 아니라 자유롭게 피우지 않을 자유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대로 끊지 못하는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즉 흡연으로부터의 자유 말이다. 이제 법(法)마저 금연을 권하지 않는가. 이 질병이 나에게 생긴다면 버거씨라는 이름은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나의 이름이 될 것이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흉부외과 김대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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