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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송크란의 성공 비결-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7-29 2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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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초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제7회 신촌 물총축제를 뉴스 영상으로 봤다. 보도에 따르면 역대 최다인 10만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렇게나 많이 왔는지 알 수 없지만 발 디딜 틈 없이 거리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물총싸움을 하고 디제잉에 맞춰 군무를 추면서 스트레스와 더위를 날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물총싸움은 신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축제행사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데 알다시피 태국의 송크란 축제를 모방한 것이다.

    송크란은 태국의 새해인 매년 4월 13일 전후에 방콕, 치앙마이, 푸껫, 파타야 등 전역에서 열리는 전통 축제다.

    이 축제의 대표적 행사는 물 뿌리기다. 본래 태국에서는 물을 상대방의 어깨나 손에 뿌리는 전통이 있었다. 자신의 죄와 불운을 씻고 새해 복을 빌어주는 풍습이다. 송크란 기간이 일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인 만큼 더위를 식히기 위한 목적도 있다.

    불교 문화에서 유래한 이 의식이 일상으로 녹아들면서 송크란 축제 기간 태국 전역은 남녀노소가 물총, 양동이, 호스 등으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는 물놀이장으로 변한다. 축복의 의미로 물을 뿌리기 때문에 맞는 사람이 기분 나빠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이 문화를 즐기기 위해 수십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송크란은 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됐다.

    송크란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매년 하나 이상씩 개최하는 지역축제와는 사뭇 다르다.

    국내 지역축제는 이곳을 가도 저곳을 가봐도 식전행사, 개막식, 폐막식 등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고 ‘그 나물에 그 밥’인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관람객들은 해당 축제의 테마가 되는 동식물, 특산품 등을 구경하다가 판매부스에서 특산물을 구입하거나 풍물장터에서 먹거리를 사먹고 초청가수 공연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간다.

    볼거리는 있을지 몰라도 재미는 없다. 다른 참가자들과 어울리면서 소통할 여지도 없다. 이런 축제 참가자는 수동적인 구경꾼이다.

    반면 송크란 참가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는 능동적인 참여자다. 그래서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의 참여율이 높다.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발산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겨 축제의 재미가 배가된다. 생면부지의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 같은 편이 되고 적이 돼 물총싸움을 하다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날그날 물 뿌리기가 끝나도 그들의 축제는 계속되는 것이다.

    국내 지역축제와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송크란의 성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왜냐하면 특산물·문화자원의 상품화를 통한 외래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지역축제들이 급격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그 본연의 목표를 거의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정체성이나 독창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별 차이가 없는 내용에다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축제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송크란처럼 ‘참여할 수 있는 축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으로 젊은이와 외국인들이 북적거리는 지역축제를 만들어보자.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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