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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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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37) 제24화 마법의 돌 137

“잘 다녀오셨어요?”

  • 기사입력 : 2019-07-30 07: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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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는 여전히 콜레라로 죽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변두리의 냇가나 들판에는 미처 묻지 못한 시체가 버려져 있었다.

    ‘겨울에는 얼어 죽는 사람도 많겠지.’

    이재영은 무엇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콜레라는 찬바람이 불면서 점차 기세가 꺾이고 있었다.

    대구에서 나흘을 지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대구의 변영태와 요정에도 가고 사업가들도 만났다. 사람들은 모두 쌀값과 콜레라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다.

    회사와 백화점은 이철규와 박민수가 잘 이끌고 있었다. 나츠코가 운영하는 카페도 여전했고, 미월이 운영하는 요정도 성업 중이었다. 그러나 서울도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었다.

    나츠코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면서 그들이 여왕처럼 받들었다.

    카페는 적자가 날 것 같은데도 기묘하게 운영이 잘 되고 있었다.

    “피서는 잘 다녀오셨어요?”

    나츠코와 점심을 함께 했다. 남대문 시장에 있는 명동칼국수 집이었다.

    “산속에서 한 열흘 보냈어.”

    “저도 언제 피서 좀 데리고 가주세요.”

    “알았어.”

    일본인들이 물러간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나츠코는 이제 조선인처럼 살고 있었다.

    “내일 저녁 같이 해.”

    “오늘은요?”

    “오늘은 일이 많아.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오늘 밤은 허정숙과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정숙은 목이 빠지게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요정에는 미월도 있었다. 난봉꾼과 부자들이 드나드는 요정이니 여자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잘 다녀오셨어요?”

    집에 들어가자 허정숙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무슨 청소를 그렇게 열심히 해?”

    “언제 오실지 몰라 매일 청소를 했어요.”

    “옷 갈아입고 나갈게.”

    이재영은 허정숙을 가볍게 포옹했다.

    “네.”

    허정숙이 장롱에서 양복과 와이셔츠를 꺼내주었다.

    장롱에는 그의 양복과 와이셔츠가 단정하게 다림질이 되어 걸려 있었다.

    ‘허정숙이 의외로 살림을 잘하는군.’

    옷은 산뜻했다. 와이셔츠를 입자 넥타이까지 매주었다. 이재영은 허정숙에게 키스를 해주고 집을 나와 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은 여름인데 지난달보다 매출이 더 올랐습니다.”

    박민수가 보고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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