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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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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39) 제24화 마법의 돌 139

“저녁이나 먹자”

  • 기사입력 : 2019-08-01 08: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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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후의 선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재영은 금세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가슴에 못이 박히는 것처럼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치료가 안 됩니까?”

    “너무 악화되어 있어서 고통을 줄이게 해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재영은 무어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류순영은 잔잔하게 웃으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녁은 어떻게 했어요?”

    류순영은 얼굴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당신이 입원을 했는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소?”

    “애들 데리고 나가서 저녁 먹여요. 당신도 한 술 뜨고….”

    “언제부터 아팠소?”

    “어서 나가서 저녁을 먹어요. 늦으면 음식점도 문을 닫아요.”

    이재영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알았소. 당신은 뭐 먹고 싶은 거 없소?”

    “나는 병원 밥 먹었어요.”

    “그럼 나갔다가 오겠소.”

    이재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 근처에 순댓국집이 있었다. 이재영은 순댓국집으로 들어갔다.

    “아빠, 엄마는 괜찮아요?”

    주문을 하고 나자 딸 성희가 물었다. 성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괜찮을 거다.”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많이 아픈 것 같아요. 밤에 괴로워하는 걸 봤어요.”

    성식이 말했다. 성식도 대구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으나 술을 마시고 공부를 하지 않다가 결국 퇴학을 당하고 빈둥거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 거예요.”

    류순영이 항상 성식을 감쌌다. 이재영은 성식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류순영의 말처럼 언젠가는 그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나한테 연락이라도 하지.”

    “엄마가 연락하지 못하게 했어요.”

    이성식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식당 주인이 순댓국 네 그릇을 가지고 왔다.

    “저녁이나 먹자.”

    이재영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류순영은 자신의 병을 이재영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빠, 우리 백화점 구경 가도 돼요.”

    이성희가 물었다. 막내라 그런지 이 상황에서도 백화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행히 이성희는 학교 성적이 좋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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