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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88) 야단법석(野壇法席)- 야외에 교단을 설치해 불법을 강설하는 자리. 어지럽고 질서 없는 모임.

  • 기사입력 : 2019-08-06 07: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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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1995년부터 인터넷이 보급되고 2007년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더욱 급하게 변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학회의 모습이다. 옛날에는 방학 때가 되면 국어국문학회, 역사학회 등 전국적인 대형 학회가 개최돼 2~3일 동안 전국 각대학의 교수들이 모여 전공에 따라 몇 개의 분과로 나눠 새로 연구한 논문을 진지하게 발표하고 토론했다.

    곁들여 학회에 참석하면 다른 대학의 교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학술적인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교수들은 학회에 거의 참석 안 한다.

    학부생들은 참석 안 한 지 오래됐고, 대학원생들도 거의 참석 안 한다. 자기 대학에서 전국적인 명성이 있는 학자가 와서 논문을 발표해도 그 대학의 교수, 대학원생, 학부학생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학회 임원들만 참석하는 정도다. 학회 아니라도 학술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학회에 참석해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재야 학자, 일반 동호인, 퇴직자들이 대부분이다. 국사학회 같은 경우는 학회를 열면, 마지막에는 시비가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야사학자들이 맨 앞줄에 앉아 전공 교수들의 발표를 조목조목 비판하다가 설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달라서 상대방의 반론을 이론이나 숫자를 제시하며 과학적으로 설복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일을 삼고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 당할 수가 없어, 그 분야를 평생 연구해 온 전문가라도 봉변을 당하는 수가 없지 않다. 그래서 학회 발표를 꺼린다.

    학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오전에 많이 모여들었다가 점심 먹고는 대부분 가 버린다.

    그리고 발표 시작하기 전에 사회자가 “발표장에서 휴대폰을 진동으로 하거나 끄시라”고 미리 이야기했는데도 벨이 계속 울린다. 어떤 사람은 휴대전화를 받는다. 심지어 발표장에서 휴대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다.

    발표 시작하자마자 “간단히 하시오”, “빨리 끝내시오” 등등의 무례한 요구를 한다.

    마지막 질의토론 시간에 청중들에게 기회를 주면, 자기가 의문이 가거나, 자기와 의견이 다르거나, 정말 모르는 경우에 한해서 간명하게 발언을 해야 할 것인데, 마이크를 잡으면 과시성의 자기 이력부터 시작해서 학회 주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20분 정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청중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준비 안 된 발표자나 토론자들 가운데도 그날 학술대회의 주제와 상관없는 발언을 늘어놓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본래 불교용어로 건물 안에 청중이 수용이 안 돼 야외에다 교단(敎壇)을 마련해서 불법을 강설하는 자리로 석가모니가 맨 먼저 시작했다. 야외에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자연히 질서가 없고 소란하게 된다. 지금은 원래의 뜻과는 완전히 다르게 쓰이는 것이다.

    * 野 : 들 야. * 壇 : 제단 단.

    * 法 : 법 법. * 席 : 자리 석.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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