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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42) 제24화 마법의 돌 142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 기사입력 : 2019-08-06 08: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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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영도 경찰의 통제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회하여 대구를 드나들었다. 통제하는 경찰관에게 뇌물을 주고 통행증을 얻기도 했다.

    “경찰관에게 돈을 좀 주었어.”

    이재영은 시민들을 통제하는 경찰관에게 돈이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서울로 돌아오자 이철규 박민수와 그 문제를 상의했다. 그러자 이철규가 미군정 자문위원, 경찰국 촉탁 신분증을 만들어다가 주었다.

    ‘부자도 권력이 있어야 돼.’

    이재영은 대구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류순영은 12월 1일 숨을 거두었다. 임종이 임박했는데도 그녀는 이재영이 서울에서 내려와 손을 잡은 뒤에야 숨을 거두었다. 유언은 남기지 못했다. 장례는 3일장으로 치렀다. 시국이 어수선하여 장례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그래도 대구 근교의 양지쪽에 묻어주었다.

    “대구는 우리의 고향이고 근거지다. 서울에서의 사업이 더 커졌지만 우리가 장사를 처음 시작한 곳이 여기니까 가게를 계속하고 싶다.”

    이재영은 장례가 끝난 뒤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말했다.

    “아버지, 당분간 제가 대구에 있겠습니다.”

    이정식이 말했다.

    “공부는 안 할 생각이냐?”

    “시국도 어수선하고… 공부는 천천히 하겠습니다.”

    “네가 장남이니까 그렇게 해라.”

    이재영은 이정식이 가게를 다시 일으키는 것을 허락했다. 박민수도 서울에서 내려와 이정식을 도왔다. 대구는 어수선했다. 미군과 경찰, 우익 단체들이 치안을 맡았다. 우익단체와 좌익단체의 싸움도 격렬해졌다. 미군정은 좌익단체 지원을 철회했다. 대구의 시민 시위에 좌익단체가 개입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재영은 죽음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류순영의 죽음이 허망했다. 그녀의 죽음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국은 과도입법회의 의원선거로 떠들썩했다. 의원 45명을 국민들이 선출하고 45명은 미군정의 하지 중장이 임명했다.

    이재영은 대구의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뒤뜰의 살구나무 밑을 파보았다. 류순영이 도둑이 들지 모른다면서 항아리에 돈과 금을 넣어 땅속 깊이 묻어두었었다.

    ‘다행히 그대로 있구나.’

    돈과 금은 적지 않았다. 집을 몇 채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비상시에 쓰면 되겠구나.’

    이재영은 항아리를 다시 묻었다.

    해가 바뀌자 이재영은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미군정은 토지개혁을 실시하려고 했으나 과도 입법회의의 의원들 중에 우익 계열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미군정은 동양척식과 일본 지주들의 농지를 신한공사로 수용했다가 농민들에게 매각했다.

    1947년 공산당이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일으키면서 미군정에 의해 불법화되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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