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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44) 제24화 마법의 돌 144

“사랑이 필요해?”

  • 기사입력 : 2019-08-08 08: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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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월의 요정에서 벌어들인 돈과 이재영의 돈을 합하여 천영각을 샀다. 미월은 1949년이 가기 전에 한옥을 두 채 사들여서 요정으로 만들었다. 한 채는 무교동, 또 한 채는 관철동에 있었는데 각각 수월각과 부영루라고 이름을 지었다.

    요정의 시대였다. 많은 정치인들이 사무실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정에서 정치를 했다.

    백화점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이정식은 결혼을 하고 이성희는 약혼을 했다. 이재영은 이성식을 서울로 불러 백화점에서 일을 하게 했다. 이성식은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여자들과 노는 데만 정신을 팔았다. 이재영은 이성식을 대구로 내려 보내고 이정식을 서울로 불러 비서실에서 근무하게 했다.

    원남동에 아담한 집을 한 채 사주었다. 며느리는 평산 신씨로 이름이 영숙이었다.

    “고향에 못 간 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하루는 나츠코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1949년 여름이었다. 그녀의 집에서 장맛비가 내리는 정원이 내다보였다.

    “왜? 고향에 가고 싶나?”

    “부모님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이제는 돌아가셨겠지.”

    “아이들도 보고 싶고….”

    “아이들을 버리고 조선에 남을 때는 언제고?”

    “당신 때문이죠.”

    “나를 원망하는 거야?”

    “원망을 하기는요? 내가 결정한 일인데요.”

    “사랑이 필요해?”

    “호호호. 사랑만 필요하겠어요.”

    나츠코가 이재영에게 엎드렸다. 이재영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동안 행복했어요.”

    “어디 갈 사람 같네.”

    “가기는 어딜 가겠어요? 내가 갈 곳이 있나요?”

    나츠코는 우울한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다. 이재영은 나츠코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츠코가 사라지고 말았다. 카페에 나오지 않아 이재영이 나츠코의 집으로 가자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식탁 위에 종이 한 장이 있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나츠코에게 당신은 영원히 사랑하는 정인입니다. 얼마 전부터 갑자기 부모님과 고향이 떠올라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내게 준 소중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갑니다. 제가 관리를 하던 남대문 상가 몇 개는 팔아서 가지고 갑니다. 제가 배신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당신이 선물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제가 살던 집과 카페는 순영이에게 주었으면 합니다. 아마 살아서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지요. 할 말은 많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고 행복하세요. 나츠코 올림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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