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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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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제74주년] 경남 위안부 역사관 건립 ‘제자리걸음’

2012년부터 관련 단체 숙원사업
2013년엔 김복득 할머니 기부도
부지·예산확보 문제로 진전 없어 시민단체 “지자체가 추진 나서야”

  • 기사입력 : 2019-08-13 21: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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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많은 경남지역에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2012년부터 나왔지만 부지와 예산 확보 걸림돌 때문에 수년째 아무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픈 역사의 산증인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득 할머니는 지난 2013년 경남에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해 달라며, 아끼며 모은 재산 2000만원을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생전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남은 재산을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내놓는다”는 말을 남겼다. 김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를 받는 날만을 기다리다 2018년 향년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의 기부금은 지금껏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에서 보관하고 있다.

    13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201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문화제에서 창원 경일고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3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201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문화제에서 창원 경일고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의 필요성은 날로 부각된다. 전국적으로 정부나 민간이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서울, 경기도 광주, 천안, 대구, 부산 등 6곳인데, 지역에서 학생이나 시민이 역사관을 찾으려면 다른 도시로 가야 한다. 국내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는 모두 20명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경남의 피해 할머니 생존자(4명)가 많다. 생존 피해자가 점점 줄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지역에서 올바른 역사를 남기고 기억할 공간이 필요하다. 타 지역의 역사관은 공통적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한다. 기념관의 존재 가치뿐 아니라 자료를 수집·편찬하는 일에서도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경남지역 위안부 역사관 건립의 필요성은 2013년 그 이전부터 피해자 관련 단체의 숙원사업으로 대두됐다. 지난 2012년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시절부터 단체를 중심으로 건립 운동이 추진되면서 사업 승인을 받고 자료수집 등 사전 준비 작업에 돌입했지만 김 전 지사의 중도 사퇴로 사업이 흐지부지 됐다. 그 이후로도 경남지역 위안부 관련 단체별로 논의를 이어왔지만 부지 확보나 지자체의 지원 여부 등 여러 이유로 자체 추진 동력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부터 경남지역 4개 관련 단체에선 위원회를 발족해 사업을 추진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단체 간 입장 차만 확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부지와 예산 확보다. 지역 단체별로 기념조형물건립운동 등을 통해 시민 성금운동 등을 이어왔는데, 다시 시민성금운동을 하는 것이 시민들에 부담되진 않을지, 지자체에서 과연 얼마나 지원을 해줄지도 걱정이기 때문이다. 타지의 선례를 보면 보통 15~20억원 정도가 건립비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지금까지 도와 도의회 등과 한두 번 간담회를 하며 건립이 쉽지 않겠다는 입장만 확인하고 진척이 없다. 건립을 위한 모금을 하더라도 경남도나 각 시군에서 지자체 차원으로 부지나 일정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적극 나서줘야 사업 추진에 힘을 얻을 수 있다”며 “법에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데 경남도나 각 시·군 등 지자체에서 얼마나 지원을 해줄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시민 성금으로 얼마를 모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다. 그러나 우리 지역사회의 공동과제라는 사명감만 가진다면 어렵지 않게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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