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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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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고통도 삶의 일부다- 황수빈(작가)

  • 기사입력 : 2019-08-15 2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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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새 경기를 했다. 아이는 뻣뻣하게 굳었다가 늘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바늘로 찔러도 보고, 주물러도 봤지만 소용없었다. 아이가 잘못될 것 같았다.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처치가 끝난 후, 의사는 큰 병원으로 가보길 권했다. 고민 끝에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사이렌을 켜고, 고속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구급차는 심하게 흔들렸다. 아이는 이동용 침대에 누웠다. 하늘색 담요를 덮고, 산소마스크를 썼다. 아이의 손을 잡고 너를 꼭 지켜주겠노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장난감 소방차와 구급차를 가장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구급차를 탔는데도, 눈은 확장되고 동공은 심하게 떨렸다. 어지러웠다. 구급차가 휴게소에 잠시 들렀지만 아이 곁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반나절을 달려 서울 병원에서 응급처치가 끝나고 아이가 편안하게 잠들기까지, 화장실 한 번 가지 않았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왜 나에게, 왜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원망과 자책으로 밤을 지새웠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차도가 없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완치를 기대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달리 방법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어항을 살펴보니 구피가 이상했다. 수면 위로 배를 드러내고 등이 굽은 채 꼼짝하지 않았다. 어항 속 구피의 모습에 내 삶이 비춰졌다. 구피도 원망했을까. 자책하며 눈물 흘렸을까. 아닐 터다. 구피는 어떤 상념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을 것이다. 생에 대한 한 줌 집착도 없이. 크고 작은 고통을 마주한다.

    고통에 발버둥 치면서 죗값을 치르는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죄가 없으면 원망하고, 죄가 있으면 자책한다. 하지만 고통이 단죄의 결과라면, 세 살짜리 내 아이가 대체 무슨 큰 죄를 지어 매일 밤 발작으로 고통받아야 하는가. 등이 휘어져 물에 떠 있는 구피를 바라본다. 고통에 스러져간 삶. 나는 이제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스러져간 구피를 떠올린다. 오늘도 온 몸이 오그라드는 아이의 밤을 함께한다. 아이 곁에 머무르며,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는 일이 엄마인 내 삶의 몫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언젠가 아이에게 알려주려 한다. 너의 고통은 단죄가 아니라,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원망도 자책도 하지 말라고.

    황수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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