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 23일 (월)
전체메뉴

휴가 후유증- 조고운(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8-19 20:24:28
  •   
  • A는 10년 만에 홀로 해외 배낭여행을 떠났고, B는 고급 숙소에서 읽고 먹고 자며 힐링했다고 했다. 또 C는 남해안 바다를 돌며 낚시를 즐겼고, D는 집에서 보고 싶던 영화와 드라마를 몰아봤다고 했다. 이맘때면 직장인들에겐 ‘여름휴가’만한 안주가 없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내 휴가를 회상하거나 동료의 휴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답답한 일상에서 해방되는 기분이 든다.

    ▼‘휴가는 인생이란 큰 덩어리에 갈라진 틈, 어떤 사이에 도착하는 것이다. 사이에서 우리는 목적에서 놓여나 자연스럽게 머물거나 스밀 수 있다.’ 박연준의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굳이 이렇게 수려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1년 중 한 번인 여름휴가는 누구에게나 달콤한 선물 같은 시간이다.

    ▼문제는 달콤함 뒤에 오는 후유증이다. 증상은 보통 휴가 마지막날 밤부터 시작된다. 휴가에 소진된 육체의 피곤함도 그렇지만, 틈에서 튀어나와 일상의 패턴으로 돌아가야 하는 스트레스도 생각보다 크다. 월요병 곱절의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하고, 못다 즐긴 아쉬움을 붙들고 있으며 개인의 적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맘때 ‘휴가 후유증’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것은 많은 직장인들이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휴가 후유증’을 검색하면 다양한 극복법이 소개된다. 스트레칭이나 패턴 조절 또는 특정한 음식을 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음의 달램일 것이다. 조용히 스스로에게 휴가가 선물인 이유를 물어 본다. 고단한 밥벌이의 일상이 있었기에 휴가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는 데 이의가 없다. 사실상 휴가와 일상 중에 어느 것이 더 소중하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어느 한쪽이 없다면 그 가치가 분명히 덜할 것이다. 칸트도 말했다.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라고. 이렇게 휴가의 끝을 자위하며 다음 휴가를 꿈꿔보기로 한다.

    조고운(사회부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