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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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90) 망동규리(妄動規利)

- 망령되게 행동해 이익을 꾀한다

  • 기사입력 : 2019-08-20 07: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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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19년간 전라도 강진(康津)에서 귀양살이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저서를 남겼다. 특히 유교경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서 실학을 이끌어 내었다.

    그의 경전 주석 가운데는 일본 학자들의 저서를 인용한 곳이 적지 않다. 필자가 대학원 시절에 다산의 저서를 읽다가 일본 학자들의 주석을 인용한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일본 학자들이 유교 경전에 주석을 붙일 실력이 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수준이 상당했던 것이다. 다산은 일본 학자들의 주석을 인용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 결과 ‘일본론(日本論)’이라는 글을 두 편 지었는데, 그 요지는 이렇다.

    “이제 일본이 침략해 올까 걱정할 것 없다. 일본 학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정밀하고 예리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를 통해서 책을 얻어 갔는데, 지금은 중국에서 직접 구입해 간다. 또 과거시험이 없어서 학자들이 제대로 된 학문에 전념한다. 지금 와서는 일본의 학문이 우리나라를 능가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일본 학자들의 수준이 이런 정도이니, 일본은 다시 망령되이 행동해 이익을 꾀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산이 두 아들에게 보낸 훈계의 글에서도 이런 주장을 했다.

    그러나 다산이 “이제 일본은 걱정할 것이 없다”라고 주장을 한 지 백 년도 안 되어, 우리나라를 삼켰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우리 민족을 없애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다산의 일본에 대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일본학자들의 책을 보고 극찬을 했는데, 일본 정치가들의 간교한 술책을 몰랐던 것이다.

    임진왜란 때 침략해 죄 없는 우리 백성들을 수없이 많이 죽이고, 문화재를 파괴하고 약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고려 때부터 왜구들이 침범해 남쪽 지방의 백성들은 편안히 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임진왜란 이후 근 300년 동안은 보기 드물게 일본의 침략이 거의 없었다. 다산이 살던 시대 분위기가 그렇게 예측할 만도 했다. 그러나 간교한 자는 잠시 변신할 수 있는데, 다산이 거기에 크게 속은 것이다.

    지금 아베정권이 일본인들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300억달러의 흑자를 내는 일본이 우리의 약점을 잡아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이 밉지만 이웃에 있는 우리나라는 상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의병이나 죽창 가지고 대응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을 바로 보고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 일본을 극복하고, 이 기회에 기술을 개발해 일본의 영향력을 적게 만들어야 한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사람이 제일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말처럼, 감정적으로 일본과 대응할 것이 아니고, 사전에 그런 짓을 못 하도록 대통령이나 외교관들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대처해야 국익에 손실이 없을 것이다.

    * 妄 : 망녕될 망. * 動 : 움직일 동.

    * 規 : 꾀할 규. * 利 : 이로울 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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