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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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창원-블라디보스토크 문화로 잇다

‘발해1300호’ 도전처럼 우리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김현명 (창원시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진흥담당 주무관)

  • 기사입력 : 2019-08-20 21: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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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18일 러시아에서 ‘발해1300호’의 도전정신과 광복절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이는 창원시의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우수 문화교류 콘텐츠 발굴지원’ 사업 일환으로, 지역콘텐츠와 연계한 ‘2019 별신대제’ 무대, 미술 교류전시, 버스킹 공연 등을 선보였다. 가깝지만 먼 나라인 러시아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려는 준비부터 현지에서 생긴 에피소드 등 후기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문화교류 계기=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거리상으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꽤 먼 나라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은 나라 가운데 러시아는 15위권인데 그나마도 유럽 권역인 모스크바 등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김해에서 러시아 아에로플로트항공을 타면 1시간 50분 만에 도착하니 의외로 가까운 곳이다.

    지난 2월 국비 공모 당시 1997년도 발해1300호 4명의 젊은이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산, 창원 방면으로 항해 중 사망한 안타까운 스토리가 떠올랐다. 그들을 기리는 행사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련하면 연결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국비과제는 지역의 콘텐츠 활성화의 목적에 부합해야 했다. 마산성신대제는 다른 지역 별신대제와 달리 떡을 나누어 음복하며, 성신목이라는 큰 나무를 세우는 등 독특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해상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민속축제라는 점에서 발해1300호의 도전정신과 미완의 항해와 맞닿아 마산성신대제로 새롭게 재해석하는 프로그램으로 신청했다. 4월 공모 결과, 총 18개 지자체 중 10곳이 선정됐다. 도내에서는 유일하다.

    지난 16일 필하모닉 극장 ‘2019 별신대제’ 공연.
    지난 16일 필하모닉 극장 ‘2019 별신대제’ 공연.

    ◇준비과정= 준비기간 동안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연방극동대학교, 블라디보스토크시, 현지 고려인회 및 한인회 등 접촉을 시도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특히 연결고리 될 총영사의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현지 협의에 어려움이 있었다.

    8월 11~18일, 총 8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7월 초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급선무는 현지 총영사관, 한인회, 대학교 등의 협의와 공연 및 전시장소 확정이었다. 이메일로, 전화로, 때론 현지 가이드를 통해 접촉했지만 현장에서의 확인은 필수였다. 사업기간이 짧은 데다 러시아의 특성상 신속하게 행정적 도움을 받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총영사관 역시 시 당국과의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광복절 공식행사는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은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 황무현 마산대 아동미술학과 교수와 조완제 발해1300호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이 총영사관과의 협조를 이끌어내어, 광복절 행사에 초청받게 되었다.

    국립연해주미술관은 원래 전시장소 섭외를 목적으로 갔지만, 이미 1년치 대관이 확정돼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자 해당 큐레이터가 전시회를 관람하고 가라고 했다. 2층 전시실홀에 들어서는 순간 피아노가 있고, 마침 배 두 척이 힘겹게 항해를 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있었다. 즉흥적으로 큐레이터에게 ‘이곳에서 단 20분만이라도 버스킹을 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서로 당황했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전문공연장이 필요했다. 마린스키 연해주 극장 협의는 불가했고, 현지에서 두 번째 규모의 필하모닉 극장과 협의했다. 극장장에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찾는다’는 농담까지 들으며, 날짜를 확정짓고 실무내용을 조율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연해주국립미술관 공연.
    지난 17일 연해주국립미술관 공연.

    현지 음향업체를 방문해 현지의 시세를 확인하고,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을 방문해 발해관 전시공간 전시를 문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당초 연방극동대학교와의 교류가 목적이었으나, 국립극동예술대를 방문해 전시장소와 러시아 전통음악과의 교류 가능성도 확인했다. 마지막날에는 현지 기업체를 문의하고, 개인 갤러리도 찾아 현지상황을 체크했다.

    지체할 새 없이 3명의 일행은 우수리스크로 향했다. 이곳에서 김니콜라이 고려인회장과 문안드레이 고려인문화회관 관장을 만났고,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기념사업회와 회관 내 공연을 약속했다.

    먼 곳에서의 공연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김은경 창원국악관현악단 국제교류사업단 단장은 연습과 단원 관리는 물론이고, 수십 번의 공연구성 변경과 편곡까지 했다. 통관을 위해서는 음향장비, 악기, 기타물품의 무게와 수량 등을 각별히 신경 써야 해 공연 물자수송도 매우 힘들었는데, 김현호 제이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꼼꼼하게 챙겨 무사히 물품운송을 마칠 수 있었다.

    미술분야의 교류는 황무현 교수, 강주연 창원미술협회장, 강천석 이사, 배부순 회원이 현지에 전시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작품 옮기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현지 공연·전시 등=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러시아에서의 일정이 시작됐다. 12일 우수리스크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공연을 진행했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나 안타깝게 일제에 의해 돌아가셨다. 순국 100주년을 맞은 기념비 제막식 행사 전에 비가 와서 공연장비, 공연의상 운송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연 30분 전 거짓말같이 비가 그쳤다. 행사에는 국회의원과 최재형 선생 손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3.1 운동 직후 여성 독립운동가 7명이 지은 가사를 노래로 만든 ‘8호 감방의 노래’가 울려퍼졌는데, 그중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라는 가사가 들리자 관객 몇몇이 고개를 숙이며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나 역시 뭉클함에 눈물을 훔쳤다. 이어 고려인문화회관에서의 식전행사에서도 공연단은 연희, 판굿 등을 선사했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 고려인 문화회관 관장은 거듭 감사를 전했다.

    14일엔 해양공원의 버스킹이 있었는데 전날까지 비가 많이 오고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걱정이 많았다. 이날을 제외하고 전 일정 비가 왔는데 하늘이 도운 듯 다행히 비가 멈췄다. 예정된 일정대로 천장이 있는 곳에서 공연을 강행했는데 우려와 달리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공연팀은 길놀이와 퍼포먼스, 러시아 음악인 백만송이 장미, 칼린카 등을 불렀는데, 수백명의 현지 러시아인들은 생소한 우리 가락을 웃으며 들어 주었다. 특히 공연 내내 고려인 여성 두 분이 춤을 추며 우리가락을 만끽해 인상적이었다.

    발해1300호기념사업회와 창원미술협회의 미술전시는 시내의 갤러리에서 마련됐다. 러시아 예술인들과의 간담회, 지속적 교류를 위한 MOU도 체결했다.

    러시아 일정 내내 날씨가 복병이었다. 매일 비가 온 탓에 광복절 기념식장엔 누수현상까지 생겼다. 다행히도 광복절 당일에는 강수량이 많지 않아 계획대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현지 관계자는 광복절 기념식은 매년 예식 형태로 간략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렇게 공연하니 광복기념식이 더욱 빛난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필하모닉 극장의 공연은 모두가 기대하는 공연이었다. 영사관의 직원은 “러시아 사람들은 이런 공연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 공연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홍보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지 홍보도 문제였지만, 당일 기록적인 폭우로 차량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관객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지만 실수 없이 공연을 매듭지었다.

    17일 마지막 공연은 우여곡절 많은 연해주국립미술관 공연이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 마련해둔 50석이 차고 홀 전체에 관람객이 꽉 찼다. 사랑가, 홀로아리랑, 아름다운 나라 등을 공연했고 매우 관심있게 지켜봐주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공연을 소화해준 공연단에 감사한 마음이 컸고, 모든 공식행사의 마지막이었기 때문일까. 자리에 앉은 채로 한참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교류 지속 기대= 러시아 행사 준비 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하루살이 같다’였다. 그만큼 빈틈없이 열심히 달려온 8일간의 일정이었다. 앞으로를 위한 조언도 쏟아졌다.

    동행한 손마회 마산성신대제보존회 전수단장은 모든 공연이 끝난 후 “다양한 예술인들과 접촉이 안되어서인지 실내악 위주 공연이 아쉬웠다. 다음에 공연을 기획한다면 단순히 현지에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예술인들과 고려인 등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평했다. 또 “공연 자체의 수준은 괜찮았으나 발해 1300호라는 테마를 잘 녹여내지 못했고, 주제의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 버스킹 공연.
    지난 14일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 버스킹 공연.

    8월의 블라디보스토크 평균기온은 15도 정도다. 땀과 피곤을 풀어준 블라디보스토크의 청명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벌써 그립다. 부족한 담당자의 욕심으로 이루어진 8일간 총 6회의 공연과 전시와 협의를 잘 진행해준 모든 분들 때문에 무사히 행사가 끝났다. 첫걸음이었지만 문화로 창원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작업이 지속되길 바란다.


    김현명 (창원시 문화예술과 주무관)

    김현명 (창원시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진흥담당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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