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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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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랑하는 벗을 떠나보내며-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19-08-27 20: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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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하던 벗이 엊그제 세상을 떴다. 암 진단받고 “형님, 수술이 잘되었대요” 하며 좋아했는데 채 2년도 못 버티고 갔다. 임종 전에 지인에게 했다는 넋두리가 허공을 맴돈다. “수술 후 항암치료라도 받았더라면”, “내가 아프다 했을 때 의심을 품어 주었으면….” 물론 환자의 넋두리라 비상식적이고 편파적일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최고의 병원에서 암이 임파선까지 전이가 된 것도, 전이된 후 항암치료를 받다가 어느 순간 염증 수치가 올라가 이를 제압 못하고 임종을 맞이한 것도 사실이다.

    암 앞에서는 인간이 무기력하고 인체의 신비 앞에 의사를 탓할 수 없음도 잘 안다. 하지만 병원에서 수 분 이내에 떨어지는 처방과 수술만 끝나면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바쁜 의료진을 보면서, 수술 후 주말에 병세가 악화되거나, 응급실 대기 중 의료진 배정이 안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면 오싹해진다. 제조업계에서는 설비가 고장 나면 며칠 밤낮을 살피고 기술 검토에 선진사 사례조사 등 모든 능력을 쏟아 부어 정답을 찾아낸다. 주말에도 고객이 부르면 최고의 기술진을 파견해서 대응한다. 안 그러면 회사의 명예 실추에다 결국엔 대규모 클레임으로 이어져 회사의 존폐를 위협하니 될 때까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병원의 시스템도 이러할까? 인체의 신비를 방패삼아 배상책임은 면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경험을 쏟아 부어 환자를 살려내는 노력은 의무일 텐데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KTX가 지방에 연결되고 차량이 증편돼 편리해졌다고들 한다. 결국 서울 가기 쉽다는 얘기이고, 의료서비스 측면에서는 지방 환자들의 인지도 높은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유발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공기업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시켜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정책과 반대 아닌가? 요새 큰 병 얻고 지역 내 병원 가는 사람들 별로 없다. 못 미더워 서울로 부산으로 생명 구하러 다닌다. 무릇 생명은 의료진의 정확한 판단과 애틋한 사랑으로 구해지는 것이다. 병원과 의사는 최신 정보와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환자는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지역을 넘나드는 믿음직한 의료 환경이 조성되길 간절히 고대한다.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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