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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기술 극일(克日)- 김진호(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9-01 20: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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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일본이 ‘전략물자’ 등 빈약한 이유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고, 국민들은 일본 제품 안 사기, 일본 안 가기, 기술 극일(克日) 등으로 맞서면서 반일의 열기가 늦더위 까마귀 대가리 벗겨질 만큼 뜨겁다.

    ▼전쟁을 하려면 상대국가를 알아야 한다. 일본은 강점이 많은 나라다. 적어도 물건을 잘 만든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자신의 저서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에서 일본의 세가지 강점으로 품질, 믿음직한 국민성, 높은 저축률을 꼽았다. 전후 일본은 세계와 경쟁할 힘을 기르기 위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추구했다. 이는 기초과학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에 맞서는 우리는 어떤가. 최근 일본과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소재·부품·장비 핵심 기술개발에만 올해보다 7000억원 많은 1조30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뭘 하다 이제 와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을 수입하는데 길들여져 있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돼 기술개발을 하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놀라운 영업이익을 보면 은행이 개인이 맡긴 돈을 기업설비에 투자했는지 의문이 든다.

    ▼창원국가산단 공작기계 업체들의 수치제어반 일제 의존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기술 식민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러한 때 창원의 강소기업인 성진엔테크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다이아몬드헬릭스 초정밀마이크로드릴 개발에 성공해 기술 극일을 실천했다. 젊은 시절 일본에서 온갖 수모를 겪어가며 기술을 배웠던 이 회사 대표는 일본을 넘어서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임을 증명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라가 어려운 이때 애국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김진호(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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