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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 (135) 끊임없는 불신의 굴레, 편집성 성격장애

  • 기사입력 : 2019-09-02 08: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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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뉴스에서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어느 정도의 경계와 의심은 필요하다. 하지만 편집성 성격장애를 지닌 이들은 지나치게 타인을 의심하고, 사소한 일에도 크게 흥분해 대인관계에 불안과 갈등을 유발함에 따라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편집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타인에 대한 지속적인 의심과 불신, 타인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한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고 남에게 탓을 돌리며, 분노, 공격성을 쉽게 보인다. 병률은 2~4%로 알려져 있으며,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없다. 조현병 환자가 있는 가족에서 편집성 성격장애 발병률이 높고, 여자보다는 남자에게서 진단되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다.


    ▲임상 양상= 편집성 성격장애의 DSM-5 진단기준은 다른 사람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은 광범위한 불신과 의심이 성인기 초기에 시작돼 다음에 기술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네 가지 이상의 항목으로 나타난다.

    1)다른 사람이 자신을 착취하고 해를 끼치며 기만한다고 믿고, 근거가 희박한데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음모를 꾸미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는다.

    2)친구나 동료들의 충정이나 신뢰에 대해 근거 없는 의심이 있어 약간의 흔들림만 느껴도 믿음의 근거로 판단하고 충정을 보여주면 당황하고 믿지 못하며 자신을 공격하거나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3)어떠한 정보가 자신에게 악의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잘못된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기를 꺼린다.

    4)악의 없는 말이나 사건이 자신의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위협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동료의 일상적인 농담도 심각한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호의도 오해와 비난으로 생각한다.

    5)지속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원한을 품고, 모욕, 상처 혹은 경멸에 대해서 용서하지 못하며 적대적인 감정이 오래 지속된다.

    6)다른 사람에게 분명하지 않은 일에 대해 자신의 성격이나 평판에 대한 공격으로 지각하고, 모욕을 받았다고 느끼면 즉시 반격하고 화를 낸다.

    7)병적인 질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근거 없이 배우자나 애인의 정조를 반복적으로 의심하며, 자신의 질투심에 대한 믿음을 뒷받침하는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모으고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친밀한 관계를 완벽하게 통제하기를 원하며, 배우자나 애인의 소재, 행동, 외도 그리고 정조에 대해서 질문하고 시험한다.

    편집성 성격장애는 이 같은 특징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나친 의심과 적개심을 공개적인 언쟁으로 표현하거나 조용하지만 분명하고 적대적인 냉담함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비판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타인에게 완고하고 비판적이며, 자신의 결점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다.

    ▲원인=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유전적인 경향성이 영향을 줄 수 있고, 초기 아동기의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나 결핍 경험으로 인해 편집증적 불신감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치료= 정신치료가 최선의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자신의 편집증적인 문제를 불편해 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자는 전문적이어야 하며, 적절한 솔직함도 중요하게 요구된다. 의심이 많기 때문에 집단 상담 치료나 행동 치료는 대체로 적합하지 않다. 불안, 우울함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럴 경우 항불안제와 항우울 제 등의 약물치료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과 및 예후= 체계적인 장기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청소년기에는 사회적 고립, 과민성, 과다한 경계심, 사회불안, 괴이한 사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성인기에는 대인관계에서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평생 지속되는 문제를 여러 가지 상황에서 보인다. 이 중 직업, 결혼과 관련된 문제가 흔히 나타난다.

    2019년 건강소식 8월호 이상민 경희대병원 교수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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