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유행두
- 기사입력 : 2019-09-05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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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잘못했는데
나만 꿇어앉아 벌을 섰다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
안 하고 싶었는데
발이 저려 왔다
한참이 지난 후
엄마가
이제 일어나도 좋아
엄마 뒤에서
눈치 보던 동생도
이제 일어나도 좋아
엄마 따라 말했다
한마디 더 했다
형아, 미안해……
내 마음이 사르르
웃고 말았다
저린 내 다리도 싸르르르
따라 웃었다.
☞ 잘못에 대해 사과 하는 일, 그리고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 이 시를 읽다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쉽지 않다. 쉽게 상처를 주고 사소한 것이라 외면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일도 인색하다. 그런 마음이 결코 편할 리 없다. 어느 샌가 무감각해진 건 아닌지. 루이스 스메데스는 ‘진정으로 용서하면 우리는 포로에게 자유를 주게 된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풀어준 포로가 바로 우리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라고 했다. 이 시에서처럼, 가끔 아이처럼 쿨하게 사과하자, 그리고 용기있게 용서하자. 저린 다리가 웃을 수 있도록.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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