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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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복지 대한민국’-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9-05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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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서울에서 북한이탈 주민 모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생기자 북한이탈 주민들의 팍팍한 삶이 충격을 줬다. 이들 모자는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 당시 집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단다. 집에서 발견된 통장 잔고는 0원이었고, 지난 5월 중순 3800여원을 인출한 게 마지막 현금이었다고 한다. 더 숨이 막히는 것은, 숨진 한모씨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아동수당 신청 등을 위해 세 차례나 동 주민센터를 찾았는데,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달 1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여성과 아들인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성은 여성의 큰아들로 지체장애가 있어 평소 돌보는 이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모자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고, 경찰은 80대 여성의 둘째아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중이었다. 그런데 둘째아들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형과 노모를 돌보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서는 7개월치 우유값이 밀린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대전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쓰러져 있었고, 경찰이 집에 가보니 30대 아내와 10살 미만 아들과 딸도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숨진 남성 소지품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 형식 메모지가 발견됐다고 한다. 일가족이 숨진 아파트 현관에는 7개월치 우유값 25만9000원의 미납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 시점에 대한민국의 복지시스템을 점검해보지 않을 수 없다. 눈만 뜨면 복지예산이 펑펑 증액되고, 고개만 돌리면 복지예산을 받는 사람과 단체가 늘어나는 21세기 한국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경제적 문제로 일가족이 죽어가야 하는 일이 생기니 말이다. 말로만 하고, 홍보만 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정말 섬세하고, 촘촘한 복지정책을 갈구하고 싶다. 잘 먹지는 못해도 걱정 없이 먹고 웃으면서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주문하고 싶다.

    조윤제(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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