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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75% 폐업했던 상가가 부활하는 사회는?- 정원각(경남사회연대경제 사회적 협동조합 상임이사)

  • 기사입력 : 2019-09-08 20: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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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 방송국에서 방영 예정인 ‘사회적경제 내일을 연다’에 자문하려고 캐나다 퀘벡과 스페인 몬드라곤에 다녀왔는데 두 지역 중에 경남이 당장 배울 것이 더 많은 퀘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퀘벡은 약 3억7000만명의 북미 사람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사용한다(2.2%). 유럽인들이 북미를 식민지로 만들 때 영국계가 아닌 프랑스계가 차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나다의 유럽으로부터 독립은 복잡했고 그 복잡한 관계로 인해 영국계와 프랑스계가 피를 흘리며 국가를 세웠다. 이런 역사는 이후 퀘벡이 주류 경제에서 소외되어 가난한 지역이 되는 배경이 되고 그 가난은 역으로 퀘벡 지역에서 데잘뎅이라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신용협동조합이 탄생하는 거름이 된다.

    퀘벡은 현재 캐나다에서 가장 잘사는 곳이지만 과거에는 가난한 지역이었고 1990년대 중반에는 높은 실업률로 어려웠던 곳이다. 그런데 20~3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극복하여 잘살게 되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사회적경제의 역할이다. 소개할 두 사례는 조선업 몰락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와 쇠퇴하는 지역 상권이 늘어가는 현재 우리 경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는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기금을 만든 사례이고 다른 하나는 가게 중에 75%가 문을 닫았던 상가를 화려하게 변신시킨 사례다.

    먼저 상인 75% 이상이 떠났는데 부활한 곳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한 배경이 된 프티샹플랭이다. 프티샹플랭의 지역경제를 살린 조직은 프티샹플랭(도시재생)협동조합이다. 1980년대 초반 모두가 떠나 쇠락한 거리에 건축가와 투자자 두 사람이 와서 건물을 구입한 다음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활동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했다.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들은 지속적인 사업을 위해 프티샹플랭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가장 활발한 관광거리 중의 한 곳이 되었고 상가 건물 가운데 약 80%는 협동조합 소유가 됐다.

    다음 사례는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투자를 하는 일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서 임노동을 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이해하는 한국에서는 생소하다. 그런데 퀘벡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캐나다에 경제 위기가 닥쳐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이 급증하면서다. 더구나 미국 자본이 철수하려고 했다. 퀘벡주 정부는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자고 테이블을 만들었고 노동조합연맹, 연합회 그리고 시민사회가 화답했다. 노조는 기금을 만들고 기금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투자했다. 투자의 조건은 노동자들에게 좋은 노동조건,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처음에는 몇억 원으로 시작한 기금이 지금은 수조 원이다.

    위의 간단한 두 개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는 자본 중심의 경제와 다른 모습이다. 돈이 안 된다고 떠난 지역을 살리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다른 노동자가 배려하고 만든다. 경제 행위를 하는 이유가 이윤 추구가 아닌 사람들의 일자리,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퀘벡의 사례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산업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 그러나 협동하는 삶이 준비되어 있다면 오히려 혁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

    정원각(경남사회연대경제 사회적 협동조합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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