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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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93) 호무도리(毫無道理)

터럭만큼도 도리가 없다.

  • 기사입력 : 2019-09-09 20: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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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한 학생들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교수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창업하라. 교육부에서 특별히 지원금을 대학에 내려주겠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각 대학에서 앞다투어 지원하여 선정되어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옛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때의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성공한 벤처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 2007년부터 고교생이라도 우수한 창의력을 지녔으면 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논문저자가 되도록 하는 정책을 교육부에서 내놓았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때 시행한 정책이다.

    금년 5월 자기 미성년 자녀들을 논문 공동저자로 올렸던 교수 87명이 적발되었다. 논문 숫자가 139건에 이른다. 검찰 조사결과 대부분 부정이거나 부적절한 사례였다.

    염치없는 교수는 자기 아들 딸을 자기 논문의 공동저자로 올려 좋은 대학 입학에 유리하게 써 먹었다. 조금 수가 높은 교수는 아는 교수와 서로 교환해서 공동저자로 해, 자기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데 써 먹었다.

    한창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대학생에게 벤처기업 창업하면 지원금 주겠다는 정책을 낸 교육부의 공무원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보다 더 심한 것이, 고등학생을 대학교수의 논문 공동연구자로 참여하여 대학입시에서 가산점을 받게 하는 정책을 만든 공무원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

    고등학생은 각 분야의 기초공부 하기에도 바쁘고, 대학입시에 잠시도 틈이 없는데, 어떻게 연구를 하며 어떻게 논문을 쓰겠는가?

    고등학생을 공동저자로 하는 정책은, 몇몇 약삭빠른 교수의 자녀들 좋은 대학 진학하는 데 이용만 되었다. 고교생이 참여하여 쓴 논문이 무슨 학술적 가치가 있겠는가?

    가령 어떤 고등학생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 어떤 교수와 함께 논문을 쓰고 싶었을 때, 현실적으로 유명대학의 교수들과 연계가 되겠으며, 연계가 된다 해도 그 교수가 자기 시간을 들여 그 학생의 연구를 도와주겠는가? 자기 밑에 딸린 학생 지도하기도 바쁜데, 어떤 모르는 고등학생이 같이 연구하자 한다고 응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정책이다.

    최근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생으로서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가 되어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였다. 지도한 교수가 “그 학생이 영어를 잘했고, 외국 대학에 유학 간다기에 도와주었다”라고 해명을 하였다.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의학 분야의 내용을 모르는 고등학생이 어떻게 전문분야의 논문을 쓰겠는가? 그 교수는 누구든지 와서 외국 유학 가고 싶어 논문의 공동저자가 되고 싶다면, 다 허락하겠는가? 관계가 없는 평범한 학생이 요청했으면, 틀림없이 거절했을 것이다.

    드러난 것 말고도 얼마나 많은 교수들이, 잘 아는 교수나 지인들의 자녀들을 위해 엉터리 공동저자를 만들어 주었는지 모른다.

    입학전형은, 학과시험을 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다. 추천이나 특별전형 등은 대부분 문제가 있다.

    * 毫 : 터럭 호. * 無 : 없을 무.

    * 道 : 길 도. * 理 : 이치 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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