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3일 (화)
전체메뉴

[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02) - 거칠다, 쓸어버리다, 도로 찾다, 떨치다

  • 기사입력 : 2019-09-10 08:00:22
  •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15, 1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5쪽 첫째 줄에 있는 ‘여러 나라 틈에 끼어 오다가’와 둘째 줄에 나오는 ‘마침내 큰 나라가 되어’가 쉬운 말로 풀어 쓴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큰 나라’는 한자말 ‘대국’을 풀어쓴 말이라는 것은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알 거라 믿습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이루게 되었다’와 여섯째 줄에 있는 ‘한 나라를 이루었다’는 ‘형성하였다’는 말을 쉽게 풀이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눈에 띄는 것은 ‘한 나라를 이루었다’는 말 뒤에 나온 숫자 ‘2298’입니다. 고구려라는 나라를 세운 때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요즘 책에서는 예수가 태어나기 앞 37해(기원전 37년)로 나타내는데 이렇게 단기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덟째 줄에 나오는 ‘활을 잘 쏘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주몽’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까닭이 궁금했습니다. 참일 부여, 고구려 사람들은 ‘활 잘 쏘는 사람’을 가리켜 ‘추모’라고 했다는 말도 있는데 왜 ‘붉을 주’, ‘어릴 몽’자를 쓴 ‘주몽’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인지 모두가 알면 좋겠습니다.

    아홉째 줄 ‘땅이 거칠어서’도 ‘땅이 척박하고’가 아니라서 좋았으며 그 다음 줄에 나오는 ‘위에’도 ‘-상’이 아니라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한인(漢人)’이라는 말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요즘 책에서는 ‘한나라’라는 말을 쓰는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보시는 바와 같이 ‘한인의 여러 고을에 에워싸이고’라고 나타내고 있는데 그 까닭도 궁금했습니다. 저보다 환하게 아시는 분들이 해 주시는 풀이를 듣고 싶습니다.

    열둘째 줄에 나오는‘겨루고’라는 말도 반가웠습니다. ‘각축’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쉬운 말을 쓰니 참 좋습니다. 열다섯째 줄에 나오는 ‘뻗어남’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요즘에는 ‘영토 확장’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뻗어남’이라고 하면 뜻을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넷째 줄에 나오는 ‘씩씩한’과 그 다음 줄에 나오는 ‘꿋꿋한’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이면서도 고구려 사람의 됨됨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16쪽 둘째 줄에 나오는 ‘동안에는’과 셋째 줄의 ‘여러 고을에 와 살던’에 이어 넷째 줄에 ‘몰아내어 그 자취를 쓸어버렸다’는 말이 참 쉽게 느껴졌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자취를 쓸어버렸다’는 말은 요즘 ‘흔적을 제거했다’는 말과 견주어 요즘도 그 느낌을 다르게 나타내고 싶을 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홉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서 나오는 ‘벌판을 도로 찾고’에서 ‘도로 찾고’는 ‘수복’이라는 말을 갈음한 말입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나라 이름을 크게 떨치었다’는 한때 많이 썼지만 요즘 일본식 한자말이라 쓰지 말자고 하는 ‘국위선양’을 갈음할 수 있는 말이라서 참 반가웠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옛날 배움책을 보신 분들이 한결같은 말씀을 해 주십니다. 얼른, 하루빨리 우리 아이들의 배움책을 쉬운 말로 바꿔 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일은 몇 사람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차상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