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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한 ‘실검’- 서영훈(뉴미디어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9-10 2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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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틀 전인 지난 9일 오후 1시 무렵이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검’ 20위권에 별안간 ‘문재인 탄핵’이 떠올랐다. 이 검색어는 이후 가파르게 순위를 뛰어오르면서 2시간 뒤인 오후 3시께에는 2위에 올랐다. 이후 약간의 부침을 거친 뒤 10일 새벽 2시 16분 1위에 랭크됐고 오전 9시24분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문재인 탄핵’을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오른 것은 ‘문재인 지지’였다. 이날 8시 52분 2위로 수직상승한 ‘문재인 지지’는 9시 25분 1위가 됐고 이후 꼭 1시간 동안 그 자리를 유지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그 시간에 ‘문재인 지지’가 독주하고 있었다.

    ‘문재인’ 실검 전쟁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불붙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등이 실검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검으로 줄여 불리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여론을 반영하고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려준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실검 집계 방식과 순위 주기 등을 바꾸면서 서비스 명칭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서 급상승 검색어로 바꿨다. 어뷰징을 방지하고 연령대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로그인한 이용자들이 검색한 단어로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산정한다고도 했다.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전후해 제기됐던 실검 조작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네이버가 말 많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급상승 검색어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실검 또는 실시간 검색어로 줄여 부르고 있다.

    급상승 검색어든 실검이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포털 이용자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키워드로 검색하거나 순위에 오른 검색어를 클릭하고, 포털은 이를 취합해 실검으로 보여 준다. 많이 검색된 단어나 클릭된 검색어가 상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색어가 어떤 연유인지 갑자기 실검 상위로 튀어 오르고 이용자들은 상위 검색어를 클릭하면서 일의 선후가 바뀐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난다. 실검을 바탕으로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면서 클릭장사를 하는 미디어나, 수천만원의 광고료를 받고 몇 시간 동안 실검 상위에 특정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광고업체도 ‘실검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룬다.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 구분조차 어렵다.

    어느 순간 ‘문재인 탄핵’이 실검 상위에 오르고, 또 어느 순간에는 이에 맞불을 붙이는 ‘문재인 지지’가 상위를 차지하고, 잠시 뒤에는 광고성 검색어가 그 자리를 꿰차는 생태계가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유명 대학의 한 교수는 이용자들이 여론전을 펼친다는 것도 하나의 사회현상이라서 포털이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런 생태계는 여론의 왜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검으로 왜곡된 여론은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지만, 선거 등 아주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정치 이벤트에서는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실검 순위에 대한 갖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포털은 이를 즐기고 있을 수 있다.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에 든 이용자들을 굳이 내보낼 까닭이 없지 않은가.

    서영훈(뉴미디어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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