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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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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나는 ○입니다- 설현수(밀양시의회 의원)

  • 기사입력 : 2019-09-16 20: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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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아내와 함께 터키여행을 다녀왔다. 친절하고 상냥한 가이드를 만나 여행이 즐거웠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저는 정(丁)입니다. 여러분들이 갑이시고 한국의 여행사가 을, 터키 대리점이 병, 저는 정입니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듯이 소개했다. 가이드란 직업이 어떠하기에 초면인 손님들에게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게 됐다. 올라와 있는 내용들의 대부분이 그녀가 한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마음 한편으로 짠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긍지와 주인의식을 가지고 근무하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필자가 농협에 근무할 때 만났던 모 여직원은 일하는 자세가 특별했다. 은행업무라는 게 정신적, 육체적 노동 강도가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친절을 베푼 결과,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실적도 좋다 보니 지점장들이 같이 근무하자고 부탁을 하곤 했다. 그 여직원의 한결같은 근무태도는 빠른 승진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지점장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에 보면 레오라는 사람은 순례객에게 묵묵히 순종하며 봉사하고 섬김으로 오늘날 서번트 리더십의 모델이 되고 있다.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경청하고, 친절과 겸손으로 봉사하는 레오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갑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시의원인 나는 갑을 중 어느 위치에 있을까? 혹자는 ‘시민이 갑이고 시의원은 을이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갑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행에서 정년퇴직하고 시의원 활동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가 “생기가 넘쳐서 보기 좋아요”라고 말한다. 밤늦은 시간에도, 휴일에도 종종 민원 전화가 온다. 하지만 시의원의 존재 의의는 시민의 말씀을 새겨듣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갑이란 레오처럼 경청하며, 섬기는 자세로 일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현수(밀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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