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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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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71) 제24화 마법의 돌 171

‘이런 상황에서 욕망이 일어나다니’

  • 기사입력 : 2019-09-19 07: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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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군이 말자를 따라와서 그를 잡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름은 몰라요. 장군이래요. 인민군들이 총을 들고 호위해요.”

    말자가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이재영은 그의 집에 인민군 고위 장교가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너보고는 뭐라고 안 해?”

    “저한테도 이것저것 물었어요. 주인아저씨가 어떤 사람이냐? 인민들을 착취하지 않았냐? 너한테 잘해 주었냐? 악덕지주냐? 뭐 그런 거요.”

    “그래서 뭐라고 했어?”

    “거지 노릇을 하는 나에게 식모로 일하게 해준 주인님이라고 그랬어요.”

    말자가 생글생글 웃었다.

    “그랬더니?”

    “주인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너같이 가난한 인민을 착취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 대한 것은 잊고 자기 밑에서 계속 식모를 하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뭐라고 했어?”

    “병든 아버지가 있는데 하루에 한 번씩 찬밥이라도 갖다 주게 해달라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효녀라고 하면서 아버지를 잘 봉양하라고 했어요. 잘했죠?”

    “잘했다. 그럼 내가 아버지가 된 거야?”

    이재영이 공허하게 웃었다. 말자가 뜻밖에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들키면 아버지인 척하세요.”

    “그래. 고맙구나.”

    이재영은 말자를 새삼스럽게 응시했다. 말자는 몸이 뚱뚱했다.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풍만했다. 여름이라 얇은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있다. 문득 하체가 꿈틀거렸다. 이재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상황에서 욕망이 일어나다니.’

    이재영은 속으로 자신을 질책했다.

    이재영은 동굴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말자가 하루에 한 번씩 밥을 가지고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전체적인 상황은 파악할 수 없었다.

    “국군이 계속 도망가고 있대요.”

    말자가 가지고 온 소식은 우울한 것뿐이었다.

    “인민군이 한강을 건너서 수원까지 진격했대요. 우리 장군도 수원으로 내려가서 집이 비었어요.”

    말자는 매일같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재영은 자신의 목숨이 말자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말자가 음식을 갖다가 주지 않으면 굶어 죽게 될 것이다.

    말자는 태평했다. 음식을 가지고 와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돗자리에 누워서 쿨쿨 낮잠을 자기도 했다. 이재영은 그녀가 잠자는 모습을 내려다볼 때마다 하체가 불끈거리고는 했다.

    ‘내가 왜 이러지?’

    이재영은 말자가 낮잠을 자면 동굴 밖으로 나와 동네를 내려다보고는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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