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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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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모럴 해저드- 설현수(밀양시의회 의원)

  • 기사입력 : 2019-09-23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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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대 중반 필자가 농협에 근무할 때 고객이 보험(공제)에 가입하고 1년이 채 안 돼 암 발병 사유로 보험금을 찾아갔던 일이 있었다. 만일 고객이 몸의 이상 징후를 알고 보험에 가입했다면 농협의 입장에서는 위험을 인수하는 역선택을 한 셈이다. 자기 몸 상태를 아는 고객과 그 사실을 모르는 농협과는 정보의 비대칭적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에게 위험이나 손해를 끼치더라도 자신의 이익만 택하는 것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하며 이 용어를 보험업계에서부터 사용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이익추구,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태도, 표만 의식한 개발정책, 비윤리적인 행동 등에 대해서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도덕적 해이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곳곳에서 새고 있다. 잘못된 정책과 단체장의 치적 쌓기 등으로 수천억원을 투입한 사업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일본의 홋카이도 유라바시(市)는 주력산업인 석탄산업이 사양화되자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모토로 관광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한 결과 2006년에 353억엔의 재정적자를 내고 중앙정부에 파산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10만명 이상이었던 인구가 1만명 이하로, 399명이었던 공무원이 97명으로 줄었으며, 부채 353억엔을 중앙정부에 갚기 위해 상·하수도 등 최소한의 행정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다수의 경전철사업에 막대한 혈세가 새고 있다. 용인경전철은 운영비용이 수익의 6배가 나면서 지난해말 사업자가 변경됐으며 의정부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도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가 발생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혈세가 새는 이유는 단체장의 무리한 사업추진,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용역회사의 수요 부풀리기, 중앙정부의 부실한 검증 등의 도덕적 해이에 있다고 본다. 보험회사에서는 도덕적 해이에 의한 피해를 줄이고자 약관을 보완했으며, 일본의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추진에 대해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며, 국민과 의회의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

    설현수(밀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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