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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인간과 진화- 이경민(진해희망의집 원장)

  • 기사입력 : 2019-09-25 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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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민 진해희망의집 원장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임박했다. 4차 산업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에 있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앞으로는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한다. 미래는 과학기술에 의해 인간의 지능이 도전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인류문명의 흥망을 ‘도전과 응전’의 원리로 설명했다. 인류역사는 도전의 역사였고, 인류문명은 응전의 결과였다. 인류는 역사시대 이후 오랜 농경사회를 거쳐, 18세기 1차 산업혁명인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을 시작으로, 2차 산업혁명인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 3차 산업혁명인 IT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을 통해 삶의 형태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도 삶의 변화를 예고한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은 인간지능에 대한 도전이다. 이전까지 산업혁명들은 주로 인간의 육체적 기능에 대한 도전이었다. 20세기 컴퓨터의 출현은 인간의 정신적 기능에 대한 도전을 예고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 개념은 인간지능에 대한 약한 도전을 뜻한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인간에게 편리성과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문명의 편리성은 인간이 가진 기능들을 퇴화시킬 수 있다. 최근 내비게이션은 우리에게 많은 편리성을 제공한다. 지도를 보며 힘들게 찾았던 수고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지도를 보며 전체를 보기보다는 단순히 내비를 따르는 데 익숙하지 않은가. 진화론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은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세대를 걸쳐 발달하고, 사용치 않는 기관은 퇴화하고 사라지며, 다음 세대에 유전된다는 주장이다.

    2016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보았다. 인공지능이 부분적으로 인간지능보다 우수할 수 있음에 놀랐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한다면, 기능면에서 인간지능을 대신할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과 관련해 “인류가 과학기술을 진보시키기 이전에 대중과 사회가 그에 따른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진화론은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지능이 퇴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인간의 정신적 기능을 크게 지능, 감정, 의지로 나눈다. 지능과 관련해서 서양의 근대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지능이 어떻게 인식체계를 통해 지식(정보)을 성립시키는가를 설명했다. 그는 밖의 사물이 우리의 선천적 직관 형식인 시간과 공간을 통해 감각(感覺)되면, 그 감각들은 다시 인간의 판단(사고)형식인 12범주(총체성·수다성·단일성·실재성·부정성·제한성·실체성·인과성·상호성·가능성·현실성·필연성)를 통해 개념화된다고 설명한다. 지능은 그러한 통합적 판단작용에 의해 지식을 만든다. 따라서 모든 지식은 지능의 종합적 판단(사고)력이 구성한 지식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판단력을 모방한다. 인공지능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양자컴퓨터와 같은 기능과 연결된다면 인간지능을 능가한 엄청난 빅(big)판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인간신경망을 모방한 딥러닝은 자기사고력의 기능으로 매우 편리한 삶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의 시대가 예고된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력을 추월한다면, 인간지능은 퇴화와 진화 중 택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부정할 수 없다. 미래는 선택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직접 수고했던 많은 일상의 판단들을 우수한 인공지능에 양도하고, 대신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차원의 새로운 지능적 세계를 개척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 도전과 응전의 원리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력의 결실이면, 그것을 넘는 것도 인간의 사고력에 있다. 인간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지능적 진화를 선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기회다. 진화의 기회다.

    이경민(진해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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