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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76) 제24화 마법의 돌 176

“저 계집애가 이상해졌어요”

  • 기사입력 : 2019-09-26 07: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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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자는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치마를 걷고 이재영을 깔고 앉아서 욕망을 채우려고만 했다.

    “면도를 안 해서 그래.”

    이재영은 누워서 말자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내가 깎아줄게.”

    말자가 가위로 이재영의 수염을 잘랐다. 그는 잠자코 눈을 감았다.

    “아저씨, 젖 줄까?”

    말자가 저고리 옷고름을 풀었다. 그녀의 몸에서 뜨거운 육향이 훅 풍겨왔다.

    “말자야.”

    “먹어.”

    말자가 자신의 가슴을 이재영의 얼굴에 들이댔다.

    8월이 갔다. 9월이 시작되자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왔어요.”

    말자가 허정숙을 데리고 왔다. 허정숙은 이재영을 보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재영은 그녀를 달래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그녀는 인민군에 끌려가 밥을 해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군의 맹렬한 폭격으로 그녀가 밥을 하던 부대가 후방으로 퇴각하게 되어 서울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고생이 많았소.”

    이재영은 허정숙을 안고 회포를 나누었다.

    “얼른 내려가요. 민청원에게 잡히면 아저씨까지 잡혀가요.”

    말자가 새침한 표정으로 신경질을 부렸다. 허정숙이 돌아오자 그녀의 눈빛이 표독해졌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려갈 거다. 너 먼저 내려가라.”

    허정숙이 말했다. 말자가 화를 내면서 산에서 내려갔다.

    “저 계집애가 이상해졌어요. 완장을 둘렀다고 제 세상인지 아는 것 같아요.”

    “말자 때문에 내가 살아 있는 거야.”

    이재영은 말자가 신경질을 부려도 참아야 한다고 허정숙을 타일렀다.

    허정숙은 동굴에서 이재영과 하룻밤을 지내고 집으로 내려갔다. 그날 말자는 동굴로 올라오지 않았다.

    “우리 집이 폭격을 당해서 아줌마가 죽었어요.”

    이튿날 말자가 동굴에 올라와서 말했다. 말자의 말에 이재영은 경악했다. 그러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 내려가 볼 수가 없었다.

    “내가 공동묘지에 잘 묻어 주었어요.”

    “수고했다.”

    이재영은 말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허정숙이 죽었다고 생각하자 쓸쓸했다. 전쟁 때문에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며칠 후 이재영은 밤에 몰래 동네로 내려갔다.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폭격을 당했다는 집이 멀쩡했다.

    이재영은 다시 동굴로 돌아왔다. 그는 말자의 말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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