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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악몽-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9-26 21: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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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5개월간 전국을 휩쓸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전체 사육두수의 33%인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피해 규모는 3조원에 달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약 40% 급등했고, 관련 가공품 가격이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양돈농가는 물론 밤낮 없이 매몰과 방역 작업을 하던 공무원과 군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후로도 구제역과 AI는 때 되면 찾아와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아시아 7개국에서 6000건 이상 발생한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며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하지만 일주일 만인 지난 17일 ASF가 중국, 북한에 이어 우리나라를 덮쳤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이 뚫렸고, 26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일곱 번째 확진 판정이 났다.

    ▼‘돼지흑사병’으로도 불리는 ASF는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출혈성·열성 전염병으로 100년 전 아프리카 야생 멧돼지에서 발견된 풍토병이다.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며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환경에 대한 저항성도 강해 냉동상태에서도 1000일까지 생존한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아 그 위험성은 측정이 불가능해 사실상 살처분만이 유일한 대처방안이다.

    ▼재난 수준이었던 구제역 악몽을 떠올리며 지자체와 양돈농가 모두 확산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발병 원인조차 모른 채 방역망은 순식간에 뚫렸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그저 더 확산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4월 ASF 국내 유입 우려가 커지자 뒤늦게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검역과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키로 했다.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 보단 가축전염병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악몽은 구제역이나 AI만으로 족하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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