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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77) 제24화 마법의 돌 177

“왜?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

  • 기사입력 : 2019-09-27 07: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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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말자에게 그 사실을 내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말자를 경계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말자가….’

    이재영은 말자가 허정숙을 해코지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대요.”

    말자가 동굴에 와서 말했다. 말자는 매일같이 동굴을 들락거렸다.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다고?”

    이재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인지 서쪽에서 포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었다. 날씨도 점점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신당동 야산의 나무와 풀도 누르스름한 빛을 띠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러나 말자가 동굴에 올라오는 일이 드물어졌다.

    이재영은 거리에 내려가 보기로 했다. 전폭기들이 서울 하늘에 나타나 맹렬하게 폭격을 해대고 있었다. 서울 하늘에 불기둥이 치솟고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아….’

    이재영은 풀숲에 쓰러져 있는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악했다. 그것은 허정숙의 시체였다. 머리에 돌을 맞았는지 저고리가 피투성이였다. 이재영은 허정숙을 끌어안고 한참동안 울었다. 그러나 허정숙을 묻어 줄 수 없었다. 멀리서 말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이재영은 재빨리 동굴로 돌아왔다.

    “아저씨.”

    말자가 생글거리고 웃으면서 동굴에 나타났다. 그녀는 허정숙의 옷을 입고 있었다.

    “왜?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

    “미군과 국군이 서울로 들어오고 인민군들이 도망가기 시작했어요.”

    “정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며칠 있어야 돼요. 인민군들이 사람들을 북으로 끌고 가고 마구 총질한대요.”

    말자는 아침이 되자 집으로 내려갔으나 며칠 동안 동굴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재영은 불타는 서울을 내려다보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포성과 총성이 들려왔다. 이재영은 말자가 동굴로 올라오지 않자 조심스럽게 동네로 내려갔다.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전투가 치열했구나.’

    서울은 거의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인민군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붉은 깃발도 보이지 않았다. 곳곳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보이고 미군 트럭과 국군 트럭이 북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서울을 수복했구나!’

    이재영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말 좀 물어보겠소. 서울이 언제 수복되었소?”

    이재영이 지나가는 사내에게 물었다.

    “9월28일이오.”

    사내가 이재영을 힐끗 살피고 대답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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