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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시스템 발명에 대한 기대- 정오복(선임기자·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9-30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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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NN이 지난 2003년 실시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품’ 설문조사에서 칫솔이 최다 득표를 했다. 칫솔은 치아건강 수준을 높여 인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칫솔은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서 출토한 ‘치아 막대기’와 기원전 1600년경 중국 역사서를 통해 그 기원을 확인하고 있다. 20세기 인류의 수명이 30년 늘어난 데는, 1938년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나일론 칫솔모 덕분이라고 한다.

    ▼비누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살려냈다는 의견도 있다. 항생제나 바이러스 백신의 효능과 비교하면 상당히 과장된 것 같지만, 비누의 질병예방 기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주장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18세기 이전까지 유럽은 전염병과 피부병 때문에 평균 수명이 40세 미만에 불과했다. 그러다 1790년 프랑스 화학자 니콜라스 르블랑이 지금과 같은 비누를 발명했다. 비누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위생상태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1989년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은행 순번 대기표제도가 도입됐다. 조그만 기계의 등장으로 창구 앞에 줄지어 서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시스템을 통해 은행 고객들의 불편을 줄이는 것은 물론, 대기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융통성까지 생겼다. 특히 소위 단골의 새치기를 방지하고, 차별 없는 순서를 인정하는 민주성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는 개발이나 발명 정도를 넘어선 과히 ‘혁명’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 삶의 문제,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푸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국민에 선출된 권력은 아무런 통제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성숙한 주권의식에 역주행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을 힘들게 사는 국민들은 좌우 정파를 떠나 ‘정치혁명’을 꿈꾼다. 사람을 교체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순번대기표와 같은 ‘시스템’ 발명을 기대한다.

    정오복(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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