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초점]통영 욕지 해상풍력발전 반대 이유는?

조업구역 축소·소음 등으로 황금어장 사라질 수도
민간사업자, 개발 허가 등 행정절차
정부, 해상풍력 연구용역사업 진행

  • 기사입력 : 2019-09-30 20:54:15
  •   
  • 남해안 어민들이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 추진되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조업구역 축소와 소음 등으로 황금어장이 사라질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는 민간사업자인 욕지풍력(주)이 1차 350㎿ 1조5000억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위해 지난 3월 발전사업을 허가받았다. 이와 별도로 정부의 100㎿ 규모의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위한 연구용역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메인이미지30일 통영시 항남동 한산대첩광장서 열린 ‘욕지 해상풍력 반대 어민 궐기대회’에서 어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욕지도 주민들과 협의는 있었지만 이곳 바다를 삶터로 삼는 어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욕지도 앞바다는 어떤 곳= 욕지도 앞바다는 특히 멸치 업계가 중요한 곳으로 생각하는 해역이다. 회유성 어종인 멸치의 산란장이기 때문이다. 이곳 해역에서 태어난 멸치는 해류를 따라 정해진 해역을 순환하다 다시 욕지 앞바다로 돌아와 산란한다. 멸치를 먹이로 삼는 장어와 삼치 고등어 갈치 등의 어종이 항상 함께 있어 욕지앞바다는 남해안 제일의 어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욕지도 앞바다를 ‘문전옥답’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욕지 앞바다는 연평균 7.2㎧의 바람이 부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경남도가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위해 도내 6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욕지도 앞바다에서 가장 센 바람이 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욕지도 앞바다의 최대 발전 가능규모는 385㎿로 나타났다. 이는 17만가구(가구당 3㎾ 전력사용 기준)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민간사업자 풍력발전 추진= 바람 좋은 욕지 앞바다에 풍력발전을 건설하려는 노력은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2011년 두산중공업, 삼강엠앤티, 유니슨 등이 참여해 만든 욕지풍력(주)이 대표적이다.

    욕지풍력(주)은 설립 직후부터 욕지 앞바다의 풍황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욕지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에 나섰다. 욕지풍력(주)은 욕지주민과 어촌계를 상대로 5회 이상의 설명회를 진행했고 2회에 걸쳐 풍력발전소 사례견학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3월 발전사업 허가를 따낸 욕지풍력(주)은 내년 4월 완료를 목표로 환경영향평가와 해상교통안전진단, 공유수면점사용 등 개발행위 허가 등 행정절차에 나서고 있다. 행정절차가 완료되면 기자재 제작과 시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욕지풍력(주)은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실증단지 용역도 진행돼= 이와 별도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해상풍력 실증단지 연구용역사업도 욕지 앞바다를 대상으로 진행해 어민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 용역은 지난 2017년 4월 통영시가 국가해상풍력단지개발 연구개발과제 참여의사를 경남도에 제출, 지난해 5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용역 전담기관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며, 주관기관은 경남테크노파크, 참여기관은 고등기술연구원연구조합, 경남연구원, 유니슨(주), 두산중공업, 경상남도, 통영시 등이다.

    이 용역을 통해 해상풍력단지 개발이 야기할 수 있는 소음, 어족자원 감소 등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수산업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과 관광산업 등 연계방안을 연구한다.

    통영시와 경남도는 “이 용역의 과제는 해상풍력 후보지에 대한 기초조사와 경제성 분석, 지역상생모델 개발 등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황금어장 사라진다” 어민들 결사반대= 그러나 어민들은 욕지 앞바다를 대상으로 해상풍력 사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욕지주민과의 소통에 비해 어민과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민간사업자인 욕지풍력(주) 뿐만 아니라 경남도와 통영시 등 행정당국도 욕지도 주민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했을 뿐 어민들과의 소통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욕지 앞바다 풍력발전 반대에 통영지역 어민 외에도 남해 사천지역 어민까지 목소리를 같이하는 이유다. 반대 대열에는 수협 등 어민단체들도 가세했다. 어민들은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될 경우 조업구역 축소와 소음 등으로 황금어장이 상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은 “자손대대로 살아 온 삶의 터전이자 황금어장인 욕지도 앞바다가 해상풍력발전기로 뒤덮일 위기에 처했다”며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계속 추진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상풍력반대대책위 박태곤 위원장은 “통영 욕지 앞바다는 지난 10년 동안 바다모래 채취로 훼손된데 이어 이번에는 풍력발전기로 바다를 뒤덮으려 한다”며 “그러나 사업이 결정될 때까지 어민들과는 일언반구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성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