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가고파] 군중심리-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19-10-03 20:32:01
  •   
  • 군중(群衆)의 사전적 의미는 ‘정서적이고 비합리적인 동기에 의해 움직이기 쉬운 사람들의 밀집’이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봉은 군중을 개개인의 총합이 아닌 전혀 새로운 존재로 봤다. 군중의 특징으로 충동성, 변덕, 과민 반응, 맹신, 권위주의 등을 꼽는다. 비이성적이면서 충동적 존재인 이들 무리는 쉽게 흥분하고 무책임하고 난폭해진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다수지만 더 우매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간은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의사 선택의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군중 속에 진입한 순간 개인은 ‘나’ 에 대한 감각을 망각한다. 군중심리에 휩쓸린다. 물론 이는 다수의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긍정과 부정의 시비는 차치하고 군중심리는 사회변혁의 에너지이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위정자들은 이를 교묘히 활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 삼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군중심리 격돌의 끝판왕이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가 국민을 양분했다. 광장은 태극기와 촛불로 편이 갈렸다. 망국의 근원으로 손가락질했던 지역감정은 견주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타협도 승복도 없다. 오직 승패만 있을 뿐이다. 가치의 양분화는 독설과 혐오로 얼룩졌다. 고집과 불통은 신념이란 명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군중은 오직 피아식별의 이분법적 최면에 매몰됐다. 자칭 200만 명이 운집했다는 집회에 맞불 세 과시까지 나선 형국이다.

    ▼맹목적 추종은 또 다른 가치의 간과를 초래한다. 오직 한쪽에만 귀 기울이는 부화뇌동(附和雷同)은 자아 상실을 담보한다. 명나라 이탁오는 ‘중국 사상사 최대 이단아’로 불린다. 당시 체제의 근간으로 떠받들던 공자·맹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쉰 살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다. 누군가 내가 짖은 까닭을 묻는다면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쑥스럽게 웃을 수밖에.” 광장에 선 이들에게 던지는 울림이 적지 않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권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