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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해 참숯 전도사 유종섭씨

‘참숯 가마’ 활활 불타오르면, ‘치유 열정’ 펄펄 끓어오르죠

  • 기사입력 : 2019-10-03 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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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숯을 직접 굽고, 보급하는 ‘참숯 전도사’가 있다.

    딱딱하고 무거운 참나무를 엄선해 토굴에 쌓아 불 지피고, 7일 동안 달궈진 불덩이 숯을 세상 바깥으로 탄생시키는 뜨거운 작업. 잠시도 서 있기 힘든 불가마 앞에서 벌건 숯덩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수습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 세상 모두 태울 듯한 열기 품었기에 한 치 오차 생겨서도 안 되는 정확한 작업.

    유종섭 대표가 참나무가 활활 타고 있는 불가마 앞에서 자신이 만든 참숯을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유종섭 대표가 참나무가 활활 타고 있는 불가마 앞에서 자신이 만든 참숯을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뜨겁고 위험하기에 정확해야만 하는 참숯 만들기를 13년째 하고 있는 김해 장유계곡 참숯가마찜질방 유종섭(63) 대표를 불가마 앞에서 만났다. 비지땀 뚝뚝 흘리며 참숯 자랑에 여념 없는 그로부터 참숯의 매력과 찜질의 건강학, 목초액의 민간요법 등을 들어봤다.

    ◇“참숯에 신비한 효능 많아 조상들이 애용했죠”

    유종섭 대표는 전통방식의 가마 7개로 참숯을 만든다. 매주 두 번 어김없이 나무를 넣고, 그 다음주 수요일·토요일 불덩이 참숯을 꺼낸다. 숯가마 1개당 굴참나무(상수리나무) 3~4t을 집어넣는다. 가마에 참나무가 빼곡히 채워지면 불을 피우고, 그 불을 1주일이나 지핀다. 나무가 타 들어가는 동안 유 대표는 바람구멍을 조절한다. 바람구멍 조절 잘못하면 탈이 생기기에 노심초사해야 하는 과정이 바로 이 작업이다.

    1주일 꼬박 나무를 태워내면 비로소 참숯이 탄생한다. 유 대표의 정성 여부에 따라 숯의 소출에 차이가 있다. 숯 작업이 잘되면 1t가량 나오고, 못되면 500㎏ 정도 나온다.

    똑같은 가마에서 숯을 만든다 해도 다 같은 숯이 아니다. 원재료의 우수성, 만드는 이의 정성과 노력, 외부 공기와의 조화가 숯의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숯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백탄과 흑탄, 활성탄으로 나뉜다. 백탄은 최고온도 1400℃ 정도에서 만들어지는 최고의 숯이다. 표면에 흰가루가 뭍어 있어 백탄이란다. 1000℃ 미만에서 나오는 것은 흑탄, 숯이 공장에서 가공과정을 더 거치면 활성탄으로 바뀐다.

    유 대표는 백탄만 만든다. 백탄은 최대한 활성된 숯이어서 유해물질을 잡아내는 구멍입자가 많다. 구멍입자는 먼지와 습기, 공해물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가둬버리기 때문에 구멍입자가 많은 숯이 그만큼 좋은 숯이다. 또 참숯에서는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방출되고, 물 정화, 가습기 역할, 전자파 차단, 방부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숯을 많이 애용해 왔다.

    유 대표는 “조상들이 화병을 치료하거나, 간장 담글 때, 아이를 낳았을 때, 액운을 물리칠 때 등 민간요법으로 숯을 많이 사용해 왔다”면서 “요즘에는 숯이 몸의 독을 없애주고, 간이나 신장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의사가 먹는 숯을 처방하고, 적송으로 만든 숯을 많은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종섭 대표가 참나무가 활활 타고 있는 불가마 앞에서 자신이 만든 참숯을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유종섭 김해 장유계곡 참숯가마찜질방 대표. /전강용 기자/

    ◇“약으로 안되면 칼(刀)로, 칼로 안되면 불(火)로”

    유 대표가 가마에서 숯을 꺼내는 수요일과 토요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숯가마를 찾는다. 건강이 좋지 않아 불의 효능을 봐야 하거나,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 모여든다. 잠시도 참기 힘든 뜨거운 불기둥이 솟구치지만 미동 않고 화기(火氣)를 받아낸다. 땀 뻘뻘 흘리며 얼굴과 몸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참는다. 너무 힘들면 잠시 휴식한 뒤 또다시 불가마 가까이 다가가 ‘화약(火藥)’을 맞는다.

    유 대표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이자 서양 의학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히포크라테스가 ‘몸이 아프면 약으로, 약으로 안 되면 칼로, 칼로 안 되면 불로 치료하라’고 이미 수천년 전에 말씀하셨다”면서 “참숯을 꺼내기 전 열기를 먼저 방출하는데,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불기운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가마앞에 진을 친다. 건강한 사람도 있지만 병원치료가 어려운 사람, 병원치료와 숯가마 찜질을 병행해 효과를 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숯가마 찜질은 숯불을 가까이해온 조상들이 자신들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확산됐고 현재까지 이어졌다. 나무를 벌목하고, 참숯 만드는 힘든 작업에서도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참숯과 찜질을 늘상 가까이하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1주일간 달궈진 가마에서 시뻘건 참숯을 모두 꺼내면 가마가 텅 비는데, 이 가마가 찜질방으로 다양하게 이용된다. 참숯을 꺼낸 그 다음날 개방하는 가마가 바로 초고온방이다. 최고온도가 300℃ 이상인데, 초고온 가마 안에 들어가면 원적외선이 엄청난 양의 열을 몸속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따끔따끔 찌르는 불침 효과가 있단다. 그다음으로는 고온방이다. 가마 속 온도가 100℃가량 되는데, 따끔거리는 불침은 부족하지만 온열효과로 인해 몸속 깊이 데울 수 있어 면역증진에 좋다고 한다. 70℃의 중온방과 40~50℃의 저온방에서는 편안하게 몸 온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참숯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겠다 수십 번 마음먹었지만, 몸 아픈 사람들이 찜질하면서 재활의지를 갖고 건강해지는 것을 볼 때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다”면서 “아픈 사람, 건강한 사람 등 사례 중심으로 관찰과 연구를 계속하고 싶고, 특히 의사·한의사와 공동으로 실험해서 치유적 데이터를 만들어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종섭 대표가 참나무가 활활 타고 있는 불가마 앞에서 자신이 만든 참숯을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참나무가 활활 타고 있는 불가마. /전강용 기자/

    ◇“살균용 목초액, 지자체 등에 지원하겠다”

    요즘 유 대표는 참숯 만드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목초액’의 효능 연구와 보급에 골몰 중이다. 목초액은 참나무를 뗄 때 발생하는 연기가 참나무 수분과 섞여 가마굴뚝 밑으로 떨어진 시꺼먼 액체를 말한다. 이 원액을 6개월 이상 숙성시켜 농사용, 축산용으로 사용하는데, 살균·소독·병해충 예방 효과가 탁월하단다. 또 목초액 원액에 200가지 이상의 약효성분이 있다고 분석되면서 요즘 축산농가에서는 원액을 정제해 사료와 일정비율 혼합, 돼지·소·닭 등 가축에 먹이기도 한다. 그러면 면역력 증가와 영양보충, 약효성분 때문에 동물들이 잡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한다.

    유 대표는 목초액의 효능과 관련, “지난 2010년께 경기도 파주에서 ‘소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한 축산농가에서 목초액과 사료를 삶아서 먹였는데, 그 농가의 소들이 유일하게 구제역에 걸리지 않았고, 러·일전쟁 때 일본 병사들이 집단 배탈 났을 때 목초액 재료로 만든 ‘정로환’을 만들어 먹였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효능 때문인지 유 대표는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가축질병으로 고심하는 축산농가에 목초액을 보급하면 축산 성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목초액 원액과 물을 일정비율 조절해 청소·세척용으로 축사와 가축에 뿌려주면 살균·소독·해독은 물론 축산업 최대 난제인 분뇨악취 제거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 등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는 시민텃밭과 시설 청소용, 가축분뇨 냄새 제거용, 소독용으로 목초액을 무상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또 언제인지 모르지만 참숯 만드는 과업을 끝냈을 때 우리나라 토양 오염 예방과 토양력 회복을 위해 목초액과 숯가루 재를 사용해 기름진 농토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유종섭 대표는 “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살포로 우리나라 토양의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기름진 농토로 회복시키기 위해 참숯과 목초액을 이용한 연구와 보급을 더 많이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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