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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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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생각을 생각하다- 유희선(시인)

  • 기사입력 : 2019-10-10 2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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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토바이 한 대가 휙 지나간다. 짐 칸 캐비닛에 쓰인 ‘생각대로’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재밌는 발상이다. 그 이후에도 간간이 그 배달대행업체의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생각대로’란 글씨 앞에는 전구 그림도 있다. 빨간색 전구는 막, 불이 반짝 켜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또한 얼마나 많은 타인의 생각들을 만날까? 생각대로 살기도, 생각 없이 살기도 어려운 생각에 대해서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다.

    생각대로 산 대표적인 예술가로 파블로 피카소와 밥 딜런이 떠오른다. 생각 없이 산 사람으로는, 아니 죽은 사람은 남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바친 의인들이 있다. 지하철 선로 아래로 떨어진 사람을 구하거나, 화재가 난 빌라 건물을 층층 뛰어다니며 문을 두드리다가 본인이 참사를 당한 경우이다. 그들은 생각을 하기 전에 이미 행동을 한 사람들이어서 어쩌면 사람이 아닌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인지도 모른다. 생각을 단 몇 초라도 했다면 어떻게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양 극단으로 나뉜 두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 있다.

    실제 피카소는 ‘나는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생되었고, 마치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되는 생산품처럼 많은 창작물을 남겼다.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들을 작품으로 옮기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자기 변혁을 위해 권위 있는 여러 대가들, 특히 벨라스케스와 마네의 작품들을 빌려와 새롭게 계산된 모작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가 권위 있는 미술가들에게 시선을 돌렸던 것은 자신의 위치를 성찰함으로써, 대중이 객관적으로 비교해보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옛 대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원시미술이나 고대 석상, 일본 판화 등 새로운 모색을 위한 접목을 서슴없이 실행에 옮겼다. 만년에는 그가 평생 존경하던 세잔의 집을 사서 그곳에서 몇 년 살기도 했다. 큐비즘이 탄생될 수 있었던 결정적 영향은 바로 세잔의 새로운 ‘시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피카소는 “나는 세잔의 집에 살아요”라는 말을 즐겨했다고 한다. 그가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생각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또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무(無)의 무덤을 뒤지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에서 가져오는 방식을 취했다. 그것이 예술의 운명이며 본질이기도 하지만 그의 원료 창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한 것이었다. 딜런의 수상 연설문은 무려 2만2000자가 넘는, A4 아홉 장 분량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노래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만 나열해도 몇 쪽 분량이 된다. 그는 늘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했고, 시대가 변하는 것을 감지했으며, 무엇보다 성경을 위시해 고전 등 문학 전반에 걸친 독서량이 풍부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결과물이 바로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점이다. 그 너머를 향해 여전히 되어가는 존재들로서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삶이 시시하다고 느낄수록 그리고 내 주변 어디에도 아름다운 사람을 찾기 힘들 때, 매몰된 그곳으로부터 나의 시선을 건져 올려야 할 것이다. 생각의 오토바이는 무지개 너머 달려간다.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작은 소망과 꿈이 견인할 것이다.

    유희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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