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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에서 경남 희망 찾자] (2) 사회적 가치, 스페인 몬드라곤에서 배운다

노동자 주인인 ‘몬드라곤’ … 사람 중심 경영구조

  • 기사입력 : 2019-10-13 20: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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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몬드라곤은 세계적인 협동조합 그룹(Mondragon Cooperative Corporation, 이하 몬드라곤)이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몬드라곤에 있는 지명과 동일한 집합체이자 기업 집단이다.

    2018년 기준 매출 15조원, 스페인 재계 순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경제 집합체로 쉽게 말해 건설, 유통, 기계 등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대기업이 협동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7월 몬드라곤 총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총회에는 모든 조합 대표들이 참석해 1인 1표의 권한을 가진다./몬드라곤본부/
    지난 7월 몬드라곤 총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총회에는 모든 조합 대표들이 참석해 1인 1표의 권한을 가진다./몬드라곤본부/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소속 조합원 노동자가 회사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이다. 단편적으로 비교하자면 주식회사는 1주 1표의 의결 권한을 행사한다면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권한이 주어진다. 몬드라곤 소속 기업 대표와 노동자는 회사 운영에 있어 똑같은 권한을 가진다. 돈(주식)이 곧 권력인 국내 기업과 달리 사람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몬드라곤 역사= 몬드라곤은 선구자인 호세 마리아 신부에 의해 1956년 탄생했다. 스페인은 1936~39년 내전을 겪고 전 국토는 황폐해져 있었다. 몬드라곤이 설립된 바스크 지방도 마찬가지였다. 교육은 특권층의 고유 권리였고 부와 권력도 소수에게만 집중돼 있었다. 몬드라곤도 옛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사회상과 다름이 없었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1941년 몬드라곤 지역의 재생을 위해 아이들 교육에 몰두했다. 하지만 기존에 있었던 학교는 대기업 노동자와 노동자 자녀만 다닐 수 있었고 호세 마리아 신부는 기존 학교에 일반 아이들을 받아줄 것을 설득했지만 실패한다. 그러자 1943년 현재 몬드라곤 대학의 전신인 공업기계학교를 설립해 문화행사와 직업교육을 병행했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15년간 지역 기업들에게 기존 구조를 탈피해 협동조합 형식으로의 기업 전환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1956년 공업기계학교 졸업생 5명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노동자 경영 기업체인 ‘울고르(ULGOR)’를 설립했다. 울고르가 발전을 거듭해 오늘의 몬드라곤이 된다.

    ◇몬드라곤 구조= 몬드라곤은 현재 97개 협동조합으로 이뤄져 있고, 141개 협력사·자회사, 26개 재단 서비스 단체 등이 소속돼 있다. 지난해 기준 8만1837명을 고용하고 있고 이 중 약 50%가 조합원이다. 몬드라곤 소속 기업은 해외 인수 회사 제외하고 모두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고 자체 운영위원회를 통해 노동자 의사가 반영돼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몬드라곤 본부는 가장 큰 대의운영기구인 협동조합의회를 통해 운영되고 의회에는 대의원 560명이 참여한다. 이 대의원은 조합원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또 별도의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의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집행한다. 이 밖에도 총이사회를 둬서 구체적인 경영을 이끌어 나간다. 쉽게 보면 최하위 노동자 조합원도 본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로 기업이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몬드라곤 성과= 몬드라곤은 경영에 있어 고용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18년 기준 최근 5년간 몬드라곤은 8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이 중 4589개(57%)가 몬드라곤이 있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만들어졌다. 또 최근 5년간 1억40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2018년 총 수입은 122억1500만유로로 한화로 약 15조8795억원이다. 총 매출액은 115억8100만유로(약 15조원)를 기록했다. 총 매출액은 전년(112억8000만유로) 대비 2.7% 상승했다. 일자리도 늘었다. 지난해 몬드라곤의 고용 규모는 8만1837명으로 전년(8만818명) 대비 1.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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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가전 파산해도 해고 ‘0’= 몬드라곤의 경영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크게 회자되는 부분이 파고르 생활가전 파산이다. 파고르의 생활가전은 2013년 타이타닉 침몰하듯 무너졌다. 2008년 금융위기 전 파고르는 부동산 붐에 힘입어 상당한 매출을 올리며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부동산과 가전이 하나로 묶여 판매되면서 시장 규모가 막대해졌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시장 붕괴가 스페인에도 영향을 미쳐 부동산 버블이 일시에 사라졌다. 2008년 이후 스페인 건설 규모는 연간 10만 가구 수준으로 급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등 경쟁사의 저가 경쟁, 2005년 무리한 기업 인수 등이 아킬레스건이 돼 파고르 생활가전은 2013년 결국 파산하게 된다.

    파산으로 인해 1895명의 조합원이 일시에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되지만 몬드라곤은 단 한 명의 해고도 없이 재취업, 실업수당, 조기 퇴직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를 지원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데에는 몬드라곤 내 조합원 노동자의 고통 분담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몬드라곤 본부는 파고르 생활가전 위기 당시 총 3억유로를 지원했고 파고르 조합원 노동자는 20% 임금 삭감으로 대처했다. 특히 파고르 노동자가 아닌 다른 협동조합 조합원들도 파고르를 돕기 위해 5%의 임금을 삭감하기도 했다.

    더불어 몬드라곤 사회보장협동조합 ‘라군아로(Lagun Aro)’와 몬드라곤 협동조합 기금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라군아로는 조합원의 의료와 정년퇴직 이후의 생활 보장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으로 몬드라곤 자체 연금·의료보험 관리 기구라고 볼 수 있다. 조합원들은 급여의 일부를 라군아로에 적립해 의료·연금 등의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또 몬드라곤 소속 협동조합은 총수익의 10%를 몬드라곤 투자기금으로 지급하고 연대기금 2%, 교육기금 2%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자금은 파고르 생활가전 파산으로 인한 지원에 적극 활용됐다. 이렇듯 몬드라곤의 위기 극복에는 노동자를 넘어 협동조합인 기업 간의 연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파고르 생활가전의 파산으로 인한 실업자는 몬드라곤의 다른 협동조합에 재취업이 됐고 소속 협동조합은 이들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다. 심지어 제조업 노동자가 몬드라곤 소속 은행인 라보랄쿠차에도 재취업되기도 했다.


    /에체베리아 홍보국장 인터뷰/

    “함께 살고자 하는 가치가 몬드라곤 지속의 힘”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관계는?

    -사회적경제가 포괄적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 안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조합은 영리기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우리도 국제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이고 주된 경쟁사는 협동조합이 아니므로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에 단점이 있다고 보는지.

    -물론 총회의 결정이 있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준비까지의 과정은 오래 걸리지만 이미 설득과정을 거친 터라 적용하는 것은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임원진이 빨리 지시를 하지만 장애물이 이후에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소요되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자와 기업 간 갈등이 있는지?

    -기업 대표와 노동자 간 격차는 있지만 모두가 노동자이자 주인이다. 우리도 문제는 있지만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문제 갈등의 폭이 적다. 이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평의회 때문이다. 평의회를 통해 매달 대표와 임원진과 회의를 거쳐 일반 노동자들과도 같은 안건으로 회의를 한다. 평의회에서 해결책이 없다면 총회를 하고 투표를 진행하게 되면서 갈등을 해소한다.

    협동조합이라는 것은 협력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혼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협동조합에 어울리지 않다. 적당한 임금을 받고 동료들과 함께 살고자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정신이 있어 몬드라곤이 지속된다. 이런 이유로 몬드라곤의 최저-최고 임금격차는 6배에 불과하고 스페인 전체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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