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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98)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다

  • 기사입력 : 2019-10-15 07: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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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사약을 구하던 진시황(秦始皇)도 기원전 210년 지방 순시 도중에 나이 겨우 50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죽음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진시황은 후계자로 첫째 아들 부소(扶蘇)를 세우기 위해 얼른 조서(詔書)를 만들어 사신을 보냈다. 그런데 똑똑한 부소가 황제가 되면 자기 권세가 약해진다는 것을 안 조고(趙高)는 승상 이사(李斯)와 짜고, 조서를 변조하여 바보 같은 둘째 아들 호해(胡亥)를 황제로 세우고 부소는 핍박하여 자살하게 만들었다. 얼마 뒤 이사도 죄를 덮어씌워 죽여버렸다. 승상 자리는 조고 차지가 되었다. 바보 같은 황제는 매일 환락에 빠져 있고, 천하는 조고가 마음대로 했다.

    기원전 207년에 이르러 조고는 반역을 꾀하려고 하면서, 자기의 권세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

    사슴 한 마리를 끌고 와 호해에게 바치면서, “폐하를 위해 구한 좋은 말입니다”라고 했다. 호해는 웃으면서, “승상은 잘못 보았소. 사슴을 일러 말이라니요”라고 했다.

    조고가 “말 맞습니다. 주변 신하들에게 물어 보십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은 “말 맞습니다”라고 하며 즉각 조고에게 아첨하였다. 양심이 있는 사람은 묵묵히 있었다. 강직한 사람은 “사슴이오”라고 바르게 말했다. “사슴이요”라고 말한 사람을 조고가 비밀리에 처형했음은 물론이다. 그 이후로 모든 신하들이 조고를 두려워하여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다’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면, “세상에 설마 그런 일이 있을라고?” 하고 웃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세상에는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권세를 가진 윗사람에게 바른말을 못한다. 아랫사람은 자기 자리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3·15 부정선거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이승만 대통령도 물러나기 하루 전까지 국민들이 그렇게 분노한 줄 몰랐다 한다. 아무도 사실을 바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에 문제가 있었지만, 도리어 문제를 만드는 사람을 미워하며 사실을 덮고 우기기에 바빴다. 결국 최순실 사건이 발생하였고, 탄핵까지 받게 되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주변에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경제정책 등 국민의 불만이 많은데도 대통령이나 여당 간부들은 잘하고 있다고 우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없고, 당대표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한다.

    이 모두가 최고 권력자에게 잘 보이지 못하면, 자신 신상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소신껏 자기 보고 느낀 대로 바로 대통령이나 윗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보고해야, 윗사람이 정확하게 판단하여 나라나 사회가 바로 다스려질 것이다.

    * 指 : 가리킬 지. 손가락 지.

    * 鹿 : 사슴 록.

    * 爲 : 할 위. …이다 위. *馬 : 말 마.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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