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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디지털 수몰민- 강지현(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9-10-15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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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9년 설립된 ‘원조 SNS’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추억으로 가득했다. 사진첩과 게시판에 일기 쓰듯 기록을 남기며 ‘일촌’들과 일상을 나눴다. 당시 핫템이었던 ‘도토리’를 주고받으며 배경화면을 바꾸고 ‘미니미’도 꾸몄다. ‘파도타기’로 일촌의 일촌들 홈피를 들락거리며 댓글을 남겼다. 싸이월드는 한때 월 이용자 수 2000만명을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SNS로 불렸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할 정도였다.

    ▼그랬던 싸이월드가 지난 10일 사전 공지도 없이 접속이 차단됐다. 경영난으로 인한 사이트 폐쇄라는 소문이 분분했다. 하루아침에 추억이 강제 삭제될 위기에 처했던 ‘디지털 수몰민’들은 절망에 빠졌다. 다급해진 이들은 ‘백업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다행히 기술적 오류로 인한 장애로 원인이 밝혀지며 어제부터 사이트 접속은 재개됐지만, 데이터 분실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디지털 수몰민’은 포털 사이트의 폐쇄로 개인 자료를 잃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마을이 물에 잠기기 전 짐을 챙기거나 포기해야 하는 수몰민의 상황에 빗댄 말이다. 인터넷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문을 닫는 사이트도 늘었다. 2012년엔 파란닷컴과 야후코리아, 2013년엔 나우누리와 프리챌 등이 연이어 사라졌다. 지난 7월엔 드림위즈의 이메일 서비스가 중단됐다. 디지털 수몰이 반복될 때마다 수많은 수몰민들이 발을 동동거려야 했다.

    ▼법적으로 이들을 보호하긴 어렵다. 포털 사이트는 서비스 종료 30일 전 이용자들에게 중단 계획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료를 보관하거나 백업할 의무는 없다. 설사 폐지 소식을 알았다 하더라도 수몰민의 ‘짐싸기’는 쉽지 않다.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내려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이별은 힘들고 아프다. 이별의 대상이 소중한 추억일 경우 더 그렇다. 천리안, 하이텔처럼 네이버와 다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매몰될 추억들이 벌써 걱정이다.

    강지현(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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