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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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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56) 월세 못내 쫓겨날 위기 성훈이네

외도 남편 이혼 거부로 지원 못받아
자폐증 아들과 월 50만원으로 생활
2년 전부터 월세 밀려 퇴거 통보받아

  • 기사입력 : 2019-10-16 07: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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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훈(12·가명)이의 등굣길은 여느 아이들과 달리 조금 특별하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엄마의 자전거 뒤에 꼭 들러붙어 수 킬로미터 떨어진 학교를 오간다. 성훈이는 심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 엄마 도움 없이는 모든 것이 힘들다. 버스를 타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이내 포기했다. 사실 감당하기 힘든 버스비가 더 큰 이유였다. 몸무게가 점점 늘지만 엄마 희주(가명)씨는 페달을 멈출 수가 없다.

    통합사례관리사가 성훈이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통합사례관리사가 성훈이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아빠 이름이 올라있지만, 성훈이는 희주씨와 둘이 산다. 아빠 얼굴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8년 전 집을 나가 가정을 꾸렸지만 이혼은 거부했다. 물론 양육비 한 푼 주지 않았다. 집을 나가고서도 성훈이 아빠는 추석 때마다 둘을 차에 태워 시댁으로 향했다. 외도를 들키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남편이 밉지만 성훈이를 생각해 시댁에서 내색하지 않은 희주씨였다. “다 정리하고 올 것이란 남편의 말을 믿고 꾹 참고 매년 시댁에 갔어요. 가정을 깨기 싫었죠. 성훈이가 있으니까 혼자 되는 게 겁도 났어요.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시댁에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장 먹고사는 게 걱정이었다. 혼자서는 일상 생활이 힘든 성훈이를 뒤로하고 돈을 벌러 갈 수는 없었다. 수제비누 판매처럼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 나섰지만 만만치 않았다. 한동안 외삼촌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뻔한 사정에 오랜 기간 손을 벌리지 못했다. 우체국, 복지관에서 후원받은 20만원 남짓한 돈으로 한 달, 또 한 달을 버텼다. 후원금도 연말이면 끊긴다. 빠듯한 생활비에 성훈이 치료는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성훈이와 희주씨는 사실상 한부모 가정이다. 하지만 어떠한 공적 지원도 받지 못한다. 서류에 아빠의 이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혼을 요구했지만 성훈이 아빠는 줄곧 회피하고 있다. 쉽게 끝날 것 같은 이혼 소송은 2년이 다 돼 가면서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더욱 힘들어졌다. 올해 초 가정폭력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소송은 조금의 진전을 보였다. 턱없이 부족하지만 남편에게서 한 달에 30만원을 양육비로 받고 있다. 법원이 명령한 9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이다.

    유일한 안식처인 집도 당장 쫓겨날 처지다. 지금 사는 임대아파트는 보증금 27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다. 희주씨는 2년 전부터 월세 1200만원이 밀려 퇴거 명령을 통보받았다. 경비실에서 전화가 올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해 갈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여전히 막막하다. 성훈이 아빠가 아파트 보증금을 담보해 대출을 받은 탓에 보증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성훈이가 아파트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면서 적당한 매입 임대주택을 구하는 데 어려움도 따른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점점 심해지는 성훈이의 증상이다. 최근 성훈이는 자폐증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동차 딜러인 성훈이 아빠가 건강보험료 1500만원을 내지 않으면서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비용 탓에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와 심리치료는 후순위가 되고 있다.

    통합사례관리사는 “어떠한 공적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월 50만원으로 희주씨와 성훈이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주거 문제와 성훈이 치료가 당장 급한 상황이다. 지역사회가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 달라”고 전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19년 9월 11일 21면 ‘(55) 지적장애 아들 키우는 희경씨’ 후원액 518만5000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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