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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tx복지재단과 밝고 따뜻한 세상을- 박한규(전 stx조선해양 홍보팀장)

  • 기사입력 : 2019-10-16 2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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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규 전 stx조선해양 홍보팀장

    2014년 초까지 3년 정도 stx복지재단 운영 책임을 맡았는데 조직 생활 31년을 통해 가장 보람 있는 기간이었다. 그때 다양하게 재단을 꾸려갈 생각에 직접 진행할 몇 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가정 형편상 해외여행의 기회를 갖기 곤란하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고2 학생들이 중국 동북 3성에 있는 민족의 고대, 근대 유적지를 직접 살펴보고 스스로 민족관, 국가관을 정립하도록 마련한 ‘stx 글로벌 파이어니어, 발해를 꿈꾸며’이다.

    2012년 당시 stx가 야심 차게 진행했던 다롄의 조선소도 볼 겸 안중근의 순국지 뤼순감옥을 시작으로 고구려 유적지 지안(集安), 발해 유적지 무단지양(牧丹江) 그리고 항일 유적지 룽징(龍井)과 백두산 천지를 다녀왔다. 여행사의 도움은 받았지만, 선발, 출국 준비 그리고 현지 진행까지 어려움과 부족함에도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듬해에는 면접을 거쳐 대상자를 선발했고 변호사와 교수이신 재단 이사가 동행해 매일 밤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자임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stx그룹의 위기로 재단 운영은 뒷전으로 밀렸고 그 와중에 필자도 stx를 떠났다.

    이후 재단은 규모도 줄었고 퇴임 임원 몇 분의 자원봉사로 운영되었는데 손이 덜 가는 사업이 대부분이 되었다. 이런 사정이 안타까워 올해 초 재단에 이 프로그램을 자원봉사로 진행하고 싶다고 제안해 6년 만에 부활했다. 관광이 아니기에 첫해부터 역사전문가의 안내를 받았고 또 학생들은 유적별로 미리 공부하고 현장에서 발표하게 했다. 그래서 역사를 전공한 전직 광고대행사 임원과 30년 경력의 전직 교사 그리고 필자, 이렇게 3명의 운영진을 구성했다. 학생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첫해 대상자로 참가했던 학생(대학 4년)도 인솔자로 참가해 8월 10일부터 학생 13명과 함께 하얼빈(哈爾濱), 룽징(龍井), 지안(集安), 선양(沈陽) 그리고 백두산 천지를 다녀왔다.

    단수 여권을 받는 바람에 단체 비자 대상이 될 수 없는 학생을 입국 심사대에 홀로 세워야 했던 일, 쏟아지는 비를 뚫고 백두산 서파 1442개 계단을 올라 천지라고 쓰인 표지석만 멍하니 바라본 일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들은 처음 타보는 비행기로 시작한 첫 해외여행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일개 변방 민족으로 전락한 고구려의 유적,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었던 시인이 ‘중국 조선인’이 되어버린 시비 그리고 참가자가 3만에 달했던 룽징의 3·13 운동이 ‘중국의 항일운동’으로 둔갑한 현장과 그 의미도 똑똑히 확인하고 왔다.

    이 땅의 밝은 미래를 위해 선거구제 개편이나 검찰개혁만큼이나 작지만, 구체적인 이런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이런 일을 수행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stx복지재단의 많은 활동이 지속하여 지역사회와 국가를 밝고 따뜻하게 만드는 데 공헌하기를 기원한다.

    좋은 일이 지속하면 전통이 되고 나쁜 일이 지속하면 악습이 된다. 잘 커라, 대한민국!

    박한규(전 stx조선해양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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