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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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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이 올 때 우린 무엇을 해야 하나?- 정순욱(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19-10-21 20: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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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이 다가오는 징조가 보일 때면 모든 사람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애타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한 해 동안 땀을 쏟아 키워 결실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땀의 결정체가 모여있는 들판을 바라보면 오로지 간절함뿐이다. 초봄부터 풍년을 기원하며 하루하루 햇살을 늘리면서 조금씩 정성껏 키워 왔는데, 결실을 목전에 두고 불청객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들판으로 향한다. 그는 세상의 근본인 농부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검정고무신에 삽 한 자루 어깨에 둘러메고 꼬불꼬불 곡예하듯 논길을 통해 들판으로 들어선다. 딱히 하는 일은 없는 듯 무심도 하지만 다가오는 가을 불청객의 예상되는 경로에 걱정스런 마음으로 그는 하늘만을 바라본다.

    ‘농심’이 향하는 그 끝에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그 마지막에는 오직 천심만을 기원한다. ‘대천명’을 앞둔 농부는 마지막 결전을 위해 정비하는 장수처럼 결실의 기쁨을 기다리며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를 입에 물고 길게 한 모금 온전히 머금지 못하고 바로 날숨으로 뿜기를 반복하다 긴 한숨과 함께 하늘로 날리며 자식과도 같은 곡식을 응시한다.

    가을이 짙어지면 연례 행사처럼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는 단풍이 내려오는 일정을 알리고, 우리들 옷가지도 손목까지 내려오고 나중에는 목까지 감싼다.

    가을이 멀어질수록 서민들의 고민은 늘어만 간다. 올해도 유난히 더운 탓에 겨울나기 준비를 다하지 못했는데, 가을을 밀어내는 태풍이 여러 개 다가온다며 야단법석이다. 외로이 들판을 향하는 농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단풍놀이 관광버스는 경쟁을 하듯 산도 들도 아닌 서울로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진인사’로 ‘대천명’을 기다리며 들판으로 삽을 들고 향하는 서민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진영논리에 얽매여 자신들의 고착된 틀 안에서 판단을 하고 각자 자신만의 해석 방법으로 여론전을 한다.

    외로이 들판에 서서 곧 다가올 불확실성을 오로지 홀로 감내를 하며, 두려운 마음으로 어둠을 헤치고 동녘을 바라보는데, 이런 속타는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이 트기도 전인데 서울행 단풍버스 속에서 동지 수를 센다.

    서민이시여! 경자년 벚꽃이 필 때에는 기해년 서울로 향하던 단풍버스를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한 해의 아픔을 이겨낸 농부가 들판에서 추수를 끝내고 어둠이 내리는 늦가을 들녘길에서 집으로 향할 때 굴뚝에 피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면서 탁주 한잔씩 나누며 어깨동무하고 함께 걸어갈 친구 같은 사람을 2020년 4월에는 꼭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정순욱(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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