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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92) 제25화 부흥시대 ②

“여자들을 탓할 수는 없어요”

  • 기사입력 : 2019-10-22 07: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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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중에 이렇게 살고 있는 것도 축복인 것이다.

    “자네가 자금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고맙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할 일입니다. 요정은 물장사라 수입이 짭짤합니다. 여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요.”

    “여자?”

    “기생들 말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여자들까지 기생이 되려고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철규가 녹주와 청심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그녀들도 전통적인 기생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난 후에 기생이 된 여자들이다. 요정이고 사창가에 여자들이 넘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부산의 요정들은 기생들이 몸을 팔기 시작했다. 전에는 요정의 기생들이 몸을 팔지 않았다.

    양공주들도 많아졌다. 불과 몇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부산 어디에서나 미군을 볼 수 있었다. 미군이 이동하는 시골까지 양공주들이 따라가 양공주촌이 생기기도 했다. 미군부대가 있는 곳에 가장 먼저 들어서는 것이 양공주촌이었다.

    “여자들을 탓할 수는 없어요.”

    청심이 반발하듯이 낮게 말했다. 그러나 이재영과 이철규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일을 할 곳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먹고살아야 하는데… 서울에는 언제 올라가실 생각입니까?”

    “아직 계획이 없네. 서울이 탈환되기는 했어도 전쟁터와 너무 가깝지 않은가?”

    이재영은 전쟁터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서울에는 가끔 들르셔야 합니다. 특히 백화점과 남대문 시장 일대의 땅이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전쟁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전쟁이 끝나면 부흥을 해야지요. 폐허가 된 서울이 다시 건설될 것입니다. 먹고살아야 하니 미곡상이 있어야 되고 잠을 자야 하니 집을 지어야 하지요. 목재상도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사장님께서 재벌이 될 기회입니다.”

    “재벌?”

    “사장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 되셔야 합니다.”

    “난 그렇게 큰 욕심이 없네. 내가 다 쓰지 못하고 죽을 텐데 그렇게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하나?”

    “그런 말씀을 하시면 여기 아가씨들이 욕을 합니다.”

    이철규가 녹주와 청심을 번갈아 살피면서 웃었다.

    “무슨 소리야?”

    “아가씨들은 돈이 없어서 여기에 나오는데 사장님은 돈이 필요 없다고 하시면….”

    “그런가?”

    이재영은 녹주와 청심을 살폈다.

    “아니에요. 저희가 왜 사장님 욕을 하겠어요?”

    청심이 재빨리 말했다. 녹주는 마른 편이고 청심은 약간 뚱뚱한 편이다.

    청심은 얼굴이 앳되어 보였다.

    “일테면 그렇다는 얘기고… 아가씨들 얘기는 아니야.”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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