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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위기는 곧 기회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9-10-24 2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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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3일 금강산 관광 지구를 현지 지도하면서 남측과 협의하여 금강산 지구내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남북관계의 시금석인 금강산 관광 사업의 존폐와 직접 연계되어 있어 주목된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이후 10년 넘게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이 본격화된 2016년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프레임에 맞물리면서 재개의 기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의 중단은 유엔 대북제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지난 90년대 말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사업으로 시작되면서 사업대가나 관광수익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구조가 되면서 대량현금의 유입을 금지하고 있는 안보리 결의와 맞물려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으로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우리측이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 재개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 대미굴종행위 등이라며 공개적인 비난의 수위를 높여 왔다.

    이번 현지 지도시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이 남북 간 공유물처럼, 남북관계의 상징, 축도인 것처럼 되어 있고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못하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가 이례적으로 선임자들의 잘못된 의존정책을 운운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이유는 지금 북한이 처해 있는 현실과 연관이 깊다.

    대북제재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 있어서도 관광 사업은 무시할 수 없는 자금줄이다. 중국 등 외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한 해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완벽한 관광 인프라는 구축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유일의 폐쇄국가의 체험이 관광테마가 되고 앞으로 관광 특구화 혹은 개방화된다면 북한 관광객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원산 갈마, 마식령 지구에 공을 들여왔고 그리고 지난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재방문한 삼지연군은 백두산 관광과 연계된 관광특구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삼지연군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최대로 많이 현지지도를 한 장소라고 할 만큼 정권 차원에서 공적화하는 곳이다.

    이러한 북한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 지구도 마냥 묵혀 놓을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금강산에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이다. 이산가족 상봉 사업도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시설 또한 문 닫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과 협의를 통해 남측 시설들을 철거하라고 하였다. 최고 지도자의 지시는 반드시 이행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북한은 이 문제 협의를 위한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로서는 수세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조치에는 정작 관광에 대한 제한은 없다. 중국인들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정당한 여행경비를 지불하고 북한을 방문한다. 차제에 있을 북한과의 협의에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민간 차원의 관광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또한 사업 대가로 대량 현금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라 순수 관광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우리 국민들이 다시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사유이기도 한 우리 국민들의 신변 안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절차를 남북이 합의할 수 있다면 관광 재개의 우호적인 여건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 하였다. 무조건 폐쇄하고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한 양측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로서는 금강산 관광을 포함, 북한 지역 관광을 남북 교류 재개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간 대화채널을 열고 필요하다면 미국과 우방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동서독은 통일 전까지 수백만명의 왕래가 있었다. 제한된 조건에서도 여행과 관광의 자유는 보장되었음을 상기하자.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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