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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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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에서 경남 희망 찾자] (4)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설립 방향

경남 특성 살린 전략으로 ‘혁신 플랫폼’ 돼야

  • 기사입력 : 2019-10-24 21: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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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경제와 혁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사회적경제가 꿈꾸는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혁신은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혁신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는 경제라는 도구를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사회적경제와 혁신 정신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 사회혁신 클러스터이다. 사회혁신 클러스터는 스페인 빌바오시의 빌바오 혁신 팩토리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서울혁신파크, 아이쿱 생협의 구례 자연드림파크, 전주와 춘천의 혁신센터 등의 사례로 현실화되고 있다.

    경남도도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되면서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창원국가산업단지 활성화와 경남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확산하고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 목표다. 이에 서울과 스페인의 사례를 바탕으로 사회적경제와 혁신의 집적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본다.

    ◇혁신은 교육에서 시작…빌바오 혁신 팩토리= 빌바오 혁신 팩토리(BBF, Bilbao Berrikuntza Faktoria)는 대규모 사회적경제 클러스터라기보다는 강소 집적 센터라고 볼 수 있다. BBF는 몬드라곤 대학이 운영하는 교육 공간이자 프로젝트이다. 이곳은 몬드라곤 대학이 운영한다고 해서 협동조합 개설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더 큰 범주의 혁신 창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BBF에서는 교육, 창업지원, 성장지원 프로그램과 혁신 기업 간 협업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BBF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MTA(Mondragon Team Academy)의 LEINN(리더십 Leadership,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 혁신 INNovation) 과정이다. MTA LEINN 과정은 정규 4년 학부과정이지만 교수도, 교실도, 시험도 없다. 팀코치의 도움 아래에 10여명의 팀원이 직접 회사를 만들고 사회 혁신을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시험 대신 얼마나 수익을 올렸느냐가 가장 큰 평가 요소로 작용된다.

    몬드라곤 대학 내 MTA 과정 학생들이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 우리의 일반적인 대학 모습과 많이 다르다./조규홍 기자/
    몬드라곤 대학 내 MTA 과정 학생들이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 우리의 일반적인 대학 모습과 많이 다르다./조규홍 기자/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내 코워킹스페이스./서울혁신파크/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내 코워킹스페이스./서울혁신파크/

    현재 LEINN 과정 팀원 중에는 한국인 학생 3명과 한국인 팀코치 1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강현 팀코치는 팀원들과 함께 중국과 핀란드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상해에서는 외국인이 많다는 지역 특성을 이용해 식당 메뉴판을 자동으로 번역해 제공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미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시도로 미혼모·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사업도 진행한 바 있다. 아직 지속적인 수입을 거두진 못했지만 창업을 통해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LEINN 과정의 목표라고 김 팀코치는 말한다.

    김 팀코치는 “한국에서도 MTA 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다”며 “사회적경제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연대와 행정과의 거버넌스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몬드라곤 대학 MTA 과정 학생들이 각자의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조규홍 기자/
    몬드라곤 대학 MTA 과정 학생들이 각자의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조규홍 기자/

    ◇서울혁신파크, 새로운 시도 상상하는 플랫폼= 서울혁신파크(이하 혁신파크)는 국내 최초의 혁신 집적 공간으로 지난 2015년 6월 옛 질병관리본부 건물을 활용해 설립됐다. 10만9691㎡의 면적에 건물 17개동, 올해 5월 기준 235개 단체가 입주해 있다.

    혁신파크는 올해 △에너지 전환 △공간 공유 활성화 △자원 소비 도시에서 생산 도시로 전환하는 팹시티 프로젝트를 3대 전략으로 세우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세 번째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혁신을 통한 사회 변화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에는 서울혁신파크 입주 기업 ㈜시소의 ‘미세먼지 저감 효율화 수목관리 프로젝트’, 입주기업 씨닷과 서울 마포구의 보틀팩토리 카페의 ‘일회용품 없는 컨퍼런스 리빙랩’ 연구 등이 선정돼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 맞춤형 가방 제작, 사람 중심 보행 공간 구축, 놀이터 개선, 재활용 혁신 등의 아이디어가 결과물로 구현되고 있다.

    혁신파크의 중요한 역할은 혁신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혁신파크가 혁신 아이디어를 직접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혁신가의 아이디어가 현실화 될 수 있게 돕는 공간과 여건을 제공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다만 지금의 혁신파크가 있기까지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혁신파크는 설립 당시 선 조성, 후 입주 형식이 아닌 선 입주, 경과적 조성 방식으로 시작돼 입주 기업들의 어려움이 많았다. 물리적으로는 기본적인 냉난방 시설의 부재 등 시설 인프라 부족 해결, 내부적으로는 혁신이라는 두루뭉술한 가치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서울혁신파크 관계자들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경남은 충분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24일 서울혁신파크에서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조규홍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혁신파크에서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조규홍 기자/

    장미정 서울혁신센터 홍보팀장은 “서울혁신파크는 설립 당시 규모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세계에서 선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시설이었다. 이에 초창기에는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집적효과를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략이다. 지역의 어떤 특성을 살려 어떤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하고 전략적 입주가 진행돼야 한다. 경남이 사회적경제혁신타운을 처음부터 어떤 성격을 갖고 출발할지 선언하고 시민사회·대학·기업·행정의 협업 인프라를 제공해 나간다면 서울보다 초창기 시행착오를 현격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혁신파크-지원센터, 독립적이면서 유기적 운영돼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는 혁신파크 초기 운영에 있어서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현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혁신과 사회적경제는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조직 운영에 있어서는 분명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혁신파크가 사회적경제를 포괄하는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는 ‘경제’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지원센터는 서울혁신파크 입주 기관이면서 중관 관리 조직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의 네트워크 구축과 서울시와의 거버넌스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송소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홍보실장은 “혁신파크와 적극적인 연계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면서도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경남의 경우에는 경기도와 비슷하게 지역은 넓고 각 지역마다 특징이 있어 우선 기초단위 지역 지원센터 설립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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